[김민철의 꽃이야기] ‘비밀의 숲’ 서울대 관악수목원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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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에 있는 서울대 관악수목원이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10일간 시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서울대 농대 부속기관인 관악수목원은 그동안 시민들에게 거의 개방하지 않아 ‘비밀의 숲’이라 불렸다.
안양예술공원(옛 안양유원지)을 지나자 수목원 정문이 있고 계곡을 따라 1.6㎞ 중앙로를 걸으면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후문이 나오는 구조였다. 시크릿가든답게 수령(樹齡)이 많아 보이는 귀한 나무들이 많았다. 단풍 막바지인 지난 주말 수목원에 가보니 곳곳에서 시민들 탄성이 들렸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단풍 색이 진한 것 같았다.
산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 중 잎 모양이 손을 펼친 모양으로 갈라지는 것은 신나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섬단풍나무 등이다. 갈라지는 갈래가 신나무는 3, 고로쇠는 5~7, 단풍나무는 5~7, 당단풍은 9~11, 섬단풍은 11~13 갈래다. 갈래 개수 순서로, ‘신고단 당첨’으로 외우고 ‘첨’ 대신 ‘섬’으로 바꾸면 기억하기 편하다.
먼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신나무 잎은 양쪽 두 갈래는 작고 가운데 갈래는 크다. 나무 키가 작은 편이고 마을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주로 개울가에서 볼 수 있다. 계곡을 끼고 있는 관악수목원에도 많았다.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중국단풍도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지만 잎 가장자리가 밋밋한 오리발 모양이라 다르다.
고로쇠나무는 5갈래로 갈라지는데 양끝에 작은 갈래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7갈래인 잎도 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에 비해 잎이 옆으로 넓고 갈라지는 깊이가 얕은 것이 다르다. 수액을 채취해 마시는 바로 그 나무다.
단풍나무는 5∼7갈래로 갈라져 있다. 얕게 갈라지는 고로쇠나무와 달리 깊게 갈라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당단풍나무는 9∼11갈래로 갈라져 있다.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는 나무 크기도 비슷하고 잎이 갈라지는 모습도 비슷하지만, 잎이 몇 개로 갈라졌는지를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당단풍나무는 ‘당(唐)’자를 쓰지만 우리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서울 등 중부지방 산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는 당단풍나무다. 반면 남부지방의 산에는 주로 단풍나무가 많고 당단풍나무도 섞여 자란다. 그러니까 북한산, 설악산, 오대산에서 단풍 든 나무는 당단풍나무이고, 내장산, 지리산, 무등산에서 단풍 든 나무는 주로 단풍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울 공원이나 화단에 심은 나무는 단풍나무 원예종이 많다.
관악수목원에선 섬단풍나무도 볼 수 있었다. 섬단풍나무는 잎이 11~13갈래로 갈라져 있다. 울릉도와 전남 일부 섬에만 사는 나무이므로 보기 힘들지만, 어쩌다 수목원 등에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잎이 최대 13개로 갈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단풍나무 말고 가장 반가운 것은 노각나무였다. 노각나무는 비단결 같이 아름다운 수피를 가진 나무로 유명하다. 노각나무 수피는 금빛이 살짝 들어간 황갈색 무늬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만약 나무 선발대회가 있고 그 대회에 수피(나무껍질) 부문이 있다면 유력한 진 후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로, 6~7월 여름에 들어서면 잎 사이에서 하나씩 매달려 하얀 꽃이 독특하고 예쁜 나무다. 꽃의 모양과 크기는 동백꽃과 비슷하지만, 꽃잎이 두툼하고 질감도 독특하다. 독특한 나무 이름은 가지가 사슴뿔처럼 생겼다고 처음에 녹각(鹿角)나무였다가 변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보기 드문 나무여서 직접 보고 싶으면 국립수목원, 홍릉숲 등 수목원을 찾는 것이 좋은데, 여의도공원에도 몇 그루 심어 놓았다.
이밖에 팥배나무, 마가목, 꾸지뽕나무, 분비나무, 솔송나무, 구절초, 해국, 털머위 등 다양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었다. 관악수목원 시범 개방이 지난 6일 끝났다(일주일 앞서 이 글을 썼어야 했는데...). 올해 개방은 끝났지만 내년에도 벚꽃 필 때와 단풍 들 때 개방할 듯하다. 서울대와 안양시가 전면 개방 논의도 하고 있으니 조만간 시크릿가든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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