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0] 전략적 침묵
사극에서 용기 있게 ‘직언’을 하는 신하의 연기를 볼 때면 ‘찐’ 충신이란 뭉클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충언이 오히려 왕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 등을 겪게 되는 장면도 접하게 된다. 충언을 멀리하는 왕은 요즘 표현으론 공감 소통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상적으로는 구성원의 조언을 어느 때든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마음이란 시스템이 제한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피로감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마음의 청력이 감소하게 된다.
생명이 달린 응급 상황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소통에 있어 빠른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는 ‘전략적 침묵(strategic silence)’이란 소통 기술도 고려해 봐야 한다. 조언을 할 용기와 더불어 이야기할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내 의견이 리더와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확률을 올리는 데 중요하다.
전략적 침묵에 관한 한 연구를 보면 이를 잘 활용하는 경우에 의견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고, 업무 수행 능력 평가에 있어서도 전략적 침묵을 잘 활용하는 구성원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략적 침묵, 다르게 표현하면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언제로 잡는가’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체크해 볼 것을 권유하였다. 우선 내 의견이 충분히 ‘준비’되었는가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리더의 ‘심리적 수용성’에 대한 체크도 필요하다. 과도한 업무로 추가적인 인지 자원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 의견 제시는 비효율적인 결과로 끝나기 쉽다. 그리고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특정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의견이라면 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고려해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듣고 보면 당연한 상식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의견이 있을 때 즉시 이야기하는 것이 구성원으로서 더 진정성이 있는 것이고 또 빨리 이야기해야 그만큼 리더에게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작동해 이야기하는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기 쉽다.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에 있어 타이밍을 조절하는 ‘전략적 침묵’은 자녀와의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녀에게 이야기를 해도 대답을 안 해 답답하다’란 부모의 고민을 자주 접한다. 부모는 더 좋은 습관을 갖게 하고 빨리 성장시키고픈 마음에 열심히 조언을 한 것이지만 아이 입장에선 잔소리로 느껴지고 그래서 생긴 저항감이 건조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성과 함께 효과적 소통엔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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