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죄수의 딜레마와 대장동 진실
이재명지분 증언 나와 ‘그분’ 관심
개발 인허가 특혜 줬다는 주장도
방탄 해제하고 진실규명 협조해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사업을 시행한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는 ‘그분’과 인허가 특혜 제공 책임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 내역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이재명과 정진상, 김용에게)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내가 그들하고 10년을 같이 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태도변화 기저에는 배신감이 자리한다. 이 대표의 자업자득이라 누구를 탓하기도 뭣하다.
최대 관심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처럼 의리를 택할지 여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법 대선자금 47억7000만원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은 안 전 지사는 “내가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며 대통령 관련 진술을 거부해 징역 1년의 독박 처벌을 받았다. 정치적 부담 탓에 그에게 어떤 공직도 주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흐느끼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김 부원장의 고민을 키우는 지점일 것이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4일 법정에서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을 저층 연립으로 개발하는 것은 안 된다’고 2013년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당시 이 대표는 ‘알아서 해라. 난 공원만 만들면 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민간업자들에게 개발특혜를 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 된다.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 이 대표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불법 자금의 저수지’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천화동인 1호의 ‘그분’을 유추할 단서들도 나오고 있다. 자백 모드로 전환한 남 변호사의 법정 증언이 대표적이다. “남욱 지분은 25%, 김만배 지분은 12.5%, 나머지는 이재명 성남시장 측 지분”이란 얘기를 2015년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이익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가져갔다. 여기에 ‘이 시장 측’ 차명지분 상당액이 섞여 있다는 증언이 아닌가.
유 전 본부장은 “죄를 지었으면 다 밝혀질 것”이라며 “흔적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했던 김만배씨는 “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대표 지분이 확인될 경우 금액에 따라 뇌물죄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그분’이 누구인지 진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 대표의 심경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추측할 뿐이다. 체중 감소가 건강관리 차원이라지만 믿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태원 참사 이후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서고는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이 수세에 몰렸다고 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덮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안 받았다”고 했다. 떳떳하다면 방탄을 스스로 해제하고 진실 규명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옳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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