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응 실패'... 119 상황실 신고 녹취록을 통해 본 이태원 참사

임선응 2022. 11. 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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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명이 숨지고 다친 이태원 참사 당시 119 상황실에 접수된 현장 신고의 녹취록 원본의 전문이 오늘(11월 7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부터 그 다음 날 새벽 0시 56분까지 119 상황실에 접수된 신고는 87건(총 100건 중 무응답 13건 제외)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 녹취록을 바탕으로 참사 당시의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녹취록에는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인 10분 내에 소방이 참사 현장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 또 참사 현장 도착 이후에도 긴급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간대별로 인용한 녹취록은 원본에 맞춤법 등의 오기가 있더라도 그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밤 10시 15분 : “압사 위험” 첫 신고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압사 위험”을 알리는 첫 신고가 119 상황실로 들어왔다.

신고자: 네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것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이 다 껴가지고 다 보내셔야 할것같아요. 농담하는거 아니구요
- 2022. 10. 29. PM 22:15:05 (119 상황실 첫 접수 신고)

녹취록을 보면 당시 참사 현장에서는 이미 부상자가 속출했다.

접수자: 정확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런식으로 말고 설명을 좀더 해주세요 
신고자: 어떻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돼요? 
접수자: 부상자가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신고자: 부상자가 여기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인데 제가 뭐 사람이 제 일행이 아니어서요. 저희 상황이 심각하다구요
- 2022. 10. 29. PM 22:15:05 (119 상황실 첫 접수 신고)  

밤 10시 18분 : “빨리 좀 와주세요” 구조 요청 빗발 시작

이로부터 3분 뒤인 밤 10시 18분. 두 번째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자: 여기 ... 죽을것같아요 빨리좀 와주세요 
접수자: 선생님 소리지르면서 얘기하면 여기서는 하나도 안들려요 무슨 일이에요? 
신고자: 여기 ***** 옆골목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해서 죽을것같아요
- 2022. 10. 29. PM 22:18:02 (119 상황실 2번째 접수 신고)

그 직후부터 평균 수십 초 단위로 119 상황실에 구조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신고자: 여기 이태원 **** 거든요? 여기 죽으려고 해요 좀 와주세요. 
접수자: ****요? 
신고자: 네 ****요 
접수자: 잠시만요 지금 다른분이 신고해서 가고 있는데 무슨 상황이에요?
신고자: 네 지금... 사람 몇 명이 압사당해서 죽을것같아요 와주세요
- 2022. 10. 29. PM 22:20:45 (119 상황실 3번째 접수 신고)

당시 참사 현장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로 신고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자: 네 여보세요 여기 이태원인데요 네 여보세요 
접수자: 스피커나 이어폰이면 끄고 통화해주세요 
신고자: 지금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피커폰... 여기 지금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여기 나가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지금 여기.. 여기 정리를 해주셔야할것같아요 
접수자: 무슨 일이신데요? 
신고자: 네 여기 이태원인데요.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여기 압사당할 것 같아요.
- 2022. 10. 29. PM 22:21:37 (119 상황실 5번째 접수 신고)

이로부터 바로 1초 뒤인 밤 10시 21분 38초에 119 상황실에 접수된 구조 요청. 이때부터 이미 시민들은 이태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사고가 아닌 참사’라는 사실을 당국에 끊임 없이 알리고 있었다.

접수자: 119입니다 
신고자: 비명소리 
접수자: 여보세요 
신고자: ... 여기 사람 깔렸어요 사람. 사람 너무 많아서 깔렸어요
- 2022. 10. 29. PM 22:21:38 (119 상황실 6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비명, 소음) 여보세요. 빨리. 여기 살려주세요! 여기 이태원! *** 앞이에요. 살려주세요! (중략)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진짜! (중략) (밀지마세요!) 제발이요, 제발. 빨리요! (밀지마! 밀지마!)
- 2022. 10. 29. PM 22:22:23 (119 상황실 8번째 접수 신고)

접수자: 네, 119입니다. 
신고자: (비명 / 살려주세요! / 밀지마! 제발요! 밀지마!)
- 2022. 10. 29. PM 22:23:23 (119 상황실 9번째 접수 신고)

접수자: 여보세요 119입니다. 
신고자: (신음 / 비명)
접수자: 여보세요? 이태원이에요? 이태원? 
신고자: (밀지마! 밀지마! 밀지마! / 신음) 
접수자: 여보세요?
신고자 (울부짖음 / 신음)
- 2022. 10. 29. PM 22:23:31 (119 상황실 10번째 접수 신고)

밤 10시 25분 : 압사 첫 신고 뒤 ‘골든타임 10분’... 소방은 아직도 “출동 중”

하지만 소방은 압사 위험 첫 신고 접수 뒤 10분이 지나도록 현장에 도착하지 못 했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최대 10분 가량이다.

신고자: 119죠? 
접수자: 가고 있어요. 
신고자: 저희가 압사 당할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접수자: 네네. 빨리 갈게요. 
신고자: 빨리 좀 와주세요.
- 2022. 10. 29. PM 22:25:08 (119 상황실 14번째 접수 신고)

또 다른 구조 요청자에게 소방은 “직접 밖으로 나오라”고 말한다. 앞선 14건의 신고에서 숱하게 압사의 위험을 알렸는데도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는 의미다.

접수자: 지금 구조대랑 여러명 출동했고 무슨 상황이에요? 무슨 상황이에요? 
신고자: 아 여기 사람들 낑겨가지구요. 
접수자: 알고 있어요. 지금 소방차 여러대랑 구급차 다 가고 있거든요. 일단은 선생님 최대한 나오시구요. 밖으로. 
신고자: 아니 아예 못 나가요. 그냥 뒤에서 계속 누르고 있어서 아 진짜 압사가 이건가 이런건가 싶습니다 지금. 
접수자: 아 알겠습니다. 일단 지금 차는 가고 있으니까 최대한 나오셔야 됩니다. 일단 구급차랑 여러대 가고 있어요.
- 2022. 10. 29. PM 22:26:50 (119 상황실 15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압사당해서 죽을 것 같아요 빨리 길좀 뚫어주세요 아 
접수자: 지금 출동 중이에요. 출동중.
- 2022. 10. 29. PM 22:27:31 (119 상황실 18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살려주세요 
접수자: **** 앞 인 거죠 가고있어요 
신고자: ****요 빨리와주세요 
접수자: 가고있어요
- 2022. 10. 29. PM 22:28:02 (119 상황실 19번째 접수 신고)

밤 10시 29분 : 소방, 참사 현장 도착 뒤에도 “살려줘” 신고 빗발

녹취록에 따르면 소방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압사 위험 첫 신고 시점으로부터 14분이 지난 밤 10시 29분으로 확인된다.

접수자: 일단은 알겠고요 선생님 거기지금 경찰이랑 소방관들 많이 가있어요
- 2022. 10. 29. PM 22:29:00 (119 상황실 21번째 접수 신고)

그런데 녹취록을 보면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119 상황실에는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 빗발친다.

접수자: 119입니다 
신고자: 잠깐만요 (비명소리) 살려줘 
접수자: 말씀하세요
- 2022. 10. 29. PM 22:29:00 (119 상황실 22번째 접수 신고)

접수자: 119입니다 
신고자: (비명소리) 
접수자: 여보세요 선생님 이태원이에요? 
신고자: (비명소리) 여기 사람 여기
- 2022. 10. 29. PM 22:29:08 (119 상황실 23번째 접수 신고)

현장에 도착하고도 소방, 경찰 등의 긴급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참사 당시의 상황이 신고 녹취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조 요청자들은 “(골목길을) 내려가면 다 살 수 있다”며 호소했다.

신고자: 저기 혹시 119 언제오나요 
접수자: 지금 도착했어요 지금. 얼마나 몰려있는거예요 
신고자: 아 너무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죽을것같아요. (중략) 저희 지금 언덕으로 내려가면 다 살수 있거든요. 와서...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 
- 2022. 10. 29. PM 22:29:16 (119 상황실 24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 옆 골목인데 사람이 쓰러져가지고 먼저 뽑아 가셔야될꺼같은데 
접수자: 저희 대원들 많이 가고 있고 사람들 다 의식은 있나요? 
신고자: 아니 여기 들어온 거 없고요 쓰러진 분 벽 쪽에 있는데 먼저 뽑아가야 할꺼 같아서요 이분먼저 
접수자: 저희도 가고 있는데 진입이 힘들어지고 있는거 같아요 그분 의식이 있어요?
- 2022. 10. 29. PM 22:34:47 (119 상황실 37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여기 이태원인데요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가요 압사당하고 있어요 
접수자: 선생님 그쪽에 많이 가있어요 구조대랑 
신고자: 진짜로 죽어가요
- 2022. 10. 29. PM 22:38:35 (119 상황실 42번째 접수 신고)

밤 10시 39분 : 또 다시 지나간 ‘10분의 골든타임’

소방이 현장에 도착하고 ‘10분의 골든타임’이 또 다시 지난 시점.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 계속됐지만 119 상황실에서는 “조치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고자: 여기 이태원인데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주세요 
접수자: 조치중입니다 선생님 
신고자: 이태원인데 살려주세요 
접수자: 구조대가 많이가서 조치중이에요 
신고자: 숨도 못 쉬겠어요 
접수자: 조치중입니다 
신고자: 죽을것같아요
- 2022. 10. 29. PM 22:39:35 (119 상황실 44번째 접수 신고)

압사 위험 첫 신고가 들어온 지 28분이 지난 밤 10시 43분. 그제서야 소방당국은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를 중심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낮은 수준의 대응 단계를 말한다. 당시는 이미 119 상황실에 50번째 구조 요청 신고가 접수됐던, 그러니까, “살려달라”, “사람이 죽어간다”는 신고가 20분 넘게 빗발치던 때였다. 

신고자: 선생님 저 죽을꺼 같아요 이태원이에요 (중략) 
접수자: 소방대원들 거기 도착해서 진행중 이거든요 
신고자: 아 아 빼주세요 
접수자: 건물 같은데 들어갈 수 있어요? 
신고자: 아 제발요 여기 죽을꺼 같아요. (중략) 상황 전달좀 해주세요 앞에서 빼고 뒤로 가라 그래요.
- 2022. 10. 29. PM 22:43:18 (119 상황실 50번째 접수 신고)

밤 10시 45분 ~ 신고 종료 : 참사 현장 소방 인력 ‘태부족’... 시민이 직접 긴급 구호 활동

녹취록을 보면 참사 현장에 출동한 소방 인력은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장 주변에 있던 클럽 직원 등 시민들이 직접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섰다.

신고자: 어 지금 여기 아뜰리에 입구 쪽인데 여성분이 쓰러졌거든요 
접수자: 그분 숨은 쉬나요 
신고자: 숨은 쉬어요 
접수자: 그러면 선생님 거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당장 조치가 안되니까 호흡만 잘 확인해주세요 지금 바로바로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 2022. 10. 29. PM 22:45:30 (119 상황실 53번째 접수 신고)

119 상황실에 54번째 구조 요청이 접수된 시점. 압사 위험 첫 신고로부터는 33분이 지난 밤 10시 48분이 되어서야 소방청 상황실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1단계 사고 보고’를 했다. 남화영 소방방재청장 직무대리에게 보고가 이루어진 때는 이로부터 또  다시 4분이 지난 뒤였다. 수많은 사상자들을 대상으로 시민들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즈음이다.

접수자: 심폐소생술하고 계시다고요? 누가요? (중략) 
신고자: 클럽직원들이 심폐소생술 하고 있거든요
- 2022. 10. 29. PM 22:58:49 (119 상황실 56번째 접수 신고)

시민들은 119 상황실에 참사 현장의 상황을 알리고 또 알렸다.

접수자: 이태원에 지금 저희 나가 있는데 소방대원들 안 보이세요? 
신고자: 사람이 지금 몇 만명인데 고작 지금 열명 와가지고 ○○ 모르겠는데...
- 2022. 10. 29. PM 23:00:58 (119 상황실 57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지금 다 여러명 쓰러져가지고 지금 심폐소생술 하고 있는데요. 지금 쫌 큰일난 것 같아요. 여러사람이 다 쓰러져가지고 지금 다들 일반인들도 심폐소생술 하고 있거든요. 
접수자: 어... 그... 
신고자: 사람들이 다 죽어가고 있어요. 
접수자: 소방대원들 많죠 거기? 
신고자: 네네. 다 와 있어요.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인원이 좀 부족해요.
- 2022. 10. 29. PM 23:10:10 (119 상황실 62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지금 길거리에 사람들 다 나자빠져서 다 심폐소생술 하고 있고 몇 명이 죽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접수자: 네 저희도 상황파악 하고 있구요 
신고자: 네 상황파악됐으면 좀 더 보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2022. 10. 29. PM 23:13:37 (119 상황실 65번째 접수 신고)

시민들이 길거리에 쓰러진 부상자들의 심폐소생을 하고, 몇 명이 사망했는지 모를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65번째 신고가 접수된 밤 11시 13분이 되어서야 소방은 대응 수준을 ‘2단계’로 격상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7분이 더 지난 밤 11시 20분. 소방 행정을 관할하는 주무부처의 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소방이 도착한 뒤 1시간 반이 경과하고 날이 바뀌어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구급차가 모자라다”는 시민들의 신고는 20건 넘게 이어졌다. 

신고자: 119가 여기 대규모로 투입이 되야 될거 같아요. 
접수자: 지금 거기 이미 수백대가 가 있어요, 무슨 상황이에요? 
신고자: 길거리에 사람들이 다 질식 해가지고, 거의 시체 상태로 누워있어요, 근데 차가 투입이 안되니깐, 지금 구급차가 부족하니깐
- 2022. 10. 30. PM 23:45:31 (119 상황실 82번째 접수 신고)

신고자: *** 호텔쪽으로 구급차 50대 정도 더 보내주세요, 모자라요 
접수자: 네, 지금 전국에서 가고 있어요 
신고자: 빨리 좀 보내주세요, 끊어요 
접수자: 요청 했습니다.
- 2022. 10. 30. AM 00:00:10 (119 상황실 84번째 접수 신고)

소방당국은 밤 11시 50분에서야 이태원동 전체를 ‘소방 대응 3단계’로 격상해 인력 총동원을 지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 날인 30일 새벽 1시 5분이 되어서였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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