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 KS 최초 ‘대타 끝내기 홈런’

키움 선발 안우진에 꽁꽁 묶였던 SSG 타선…막판 기사회생
최정 투런포에 김강민 역전 스리런 합작…우승까지 1승 남겨

고비마다 SSG 구한 김강민 SSG 김강민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4로 뒤진 9회말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 | 정지윤 선임기자

마치 그라운드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타구가 왼쪽 외야로 뻗은 순간, 아주 짧은 정적, 그 뒤 함성이 터졌다. 가을야구 최고령 홈런 타자는 신나게 그라운드를 돌며 4개의 베이스를 차례로 밟았다. 뛰쳐나온 후배들 사이로 헬멧을 집어던지며 극적인 승리를 만끽했다.

SSG가 기적 같은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괴력투를 펼친 키움 에이스 안우진에게 내내 끌려가다 마지막 8·9회에 베테랑의 홈런 두 방으로 승부를 뒤집어 끝내버렸다.

SSG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무사 1·3루 대타 김강민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5-4 승리를 거뒀다. SSG는 극적인 역전승과 함께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갔다. 이제 1승만 더하면 SSG 간판을 달고 창단 처음이자 전신 SK 시절을 포함하면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SSG는 에이스 김광현을 앞세우고도 0-4로 끌려갔다. 김광현이 5이닝 7안타 4삼진 3실점으로 물러난 가운데 타자들은 키움 에이스 안우진에게 꽁꽁 묶였다.

지난 1일 1차전에서 투구 중 손가락 물집이 터져 2.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던 안우진은 엿새 만에 완벽하게 회복해 괴력투를 펼쳤다. 6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6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보여줬다. SSG 타자들은 4회말 2사까지 ‘퍼펙트’, 5회말 1사 1루까지 볼넷 2개만 골라내며 ‘노히트’로 끌려갔다.

7회까지 침묵하던 SSG의 불씨는 8회말, 최정이 만들었다. 1사 후 최지훈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하자 키움 세번째 투수 김재웅을 상대로 최정이 좌월 2점 홈런을 때렸다.

2-4로 따라간 SSG는 9회말 마지막 기회에서 키움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최원태를 뚫어야 했다. 선두타자 박성한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최주환이 무려 10구까지 싸워 괴롭힌 뒤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무사 1·3루가 됐다.

여기서 대타 김강민이 등장했다. 연장 10회 접전을 벌였던 1차전에서 5-6으로 뒤지던 9회말 대타로 나가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던 김강민은 다시 한번 드라마를 연출했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자 그대로 당겨 왼쪽 펜스 뒤로 넘겨버렸다. 5-4.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역대 한국시리즈 4호이자 포스트시즌 11호 끝내기 홈런이다. 포스트시즌에서 대타로 끝내기 홈런을 친 것은 1996년 쌍방울 박철우(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두번째고 한국시리즈에서는 김강민이 사상 최초다. 40세 1개월 25일의 김강민은 1차전에서 세웠던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도 다시 경신했다.

김원형 SSG 감독의 재계약이 결정된 날이었다. 정규시즌 최초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고도 2년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거취가 불투명했던 김 감독을 향해 이날 SSG는 경기 시작 1시간 전 전격적으로 재신임을 공표해 힘을 실었다.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으로 SSG 선수단은 사령탑에게 또 한번 선물을 안겼다.

SSG는 8일 홈에서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키움은 벼랑 끝에서 타일러 애플러를 선발로 내세워 반격에 나선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