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도 계산했던 나"…KCM, 깊은 여백이 들려주는 연륜 [인터뷰]

김지현 기자 2022. 11. 7. 2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나이가 드니까 달라진다. 예전엔 노래를 부를 때 빈틈없이 완벽하게 채우려고 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가수 KCM(40, 본명 강창모)이 신곡 '아름답던 별들의 밤'으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 달라졌지만, 반가운 변화다. 이전의 창법이 묵직하고 화려했다면, 신곡은 멋스러움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여백의 미가 살아있다. 텅 빈, 아무것도 없는 여백이 아니다. 연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폭발하는 목소리는 부드럽게 바뀌었고 서정미까지 느껴진다. ‘KCM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과거와 달리 절제돼 있지만 듣는 이에게 주는 감흥은 더 깊어졌다.

KCM을 만나자마자 변화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창법이 바뀐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뮤지션으로서 많이 덜어냈다.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KCM은 폭발적이고, 화려한 애드리브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전혀 부응하지 않는 곡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되긴 하는데 장황한 걸 덜어내고 여백을 주려 노력했다. 제 나이도 있으니까.”

KCM 인터뷰 내내 '나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고, 달라진 것들이 자연스럽게 음악과 창법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그는 “계속 나이 얘기를 하니까 웃기긴 한데 자연스럽게 조금씩 덜어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정말 촘촘히 채우고 싶어했다. 1초도 완벽하게 계산했다. 호흡부터 바이브레이션의 개수까지 셀 정도였으니까. 노래할 때 수학적으로 빈틈을 주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일까. 과거엔 녹음 시간이 다른 뮤지션에 비해 긴 편이었다. 조금만 틀어진 부분이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녹음했다는 것. 한 곡을 4주 간 녹음한 일도 있다. 반복하고 반복하다 결국 첫 녹음 분이 좋았던 적도 있다고. 수없이 반복하고, 한 치의 오차도 두지 않는 것, 그게 과거 KCM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그를 여유로운 사람으로 성장 시켰다.


“1년, 2년이 지날 때 마다 확실히 나의 어떤 부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 편안해지고 싶고, 듣는 사람도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진정성에 가까워지고 싶은 느낌이랄까. 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닌데 기댈게 나이 밖에 없다. 하하. 근데 이게 뮤지션들의 평균 수순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꽉 채우다 여유가 생기는 것 말이다. 요즘엔 엄마가 좋아했던 심수봉, 주현미 선생님의 곡이 정말 좋다. 정통 트로트에 빠졌다. 결국 음악하는 사람들은 다른 장르의 곡을 불러도 한 군데로 모여지는 것 같다."

'아름답던 별들의 밤'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홀로 간 캠핑 여행을 통해서다. 맑고 깊은 밤하늘에 쏟아질 것처럼 별들이 채워져 있었다. 아름다운 하늘 아래 한 커플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걸 우연히 본 KCM은 그 모습이 무척 예쁘게 느껴졌다고 한다. 커플이 밤하늘의 별 아래서 포옹을 하는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멜로디가 떠올랐다. 신곡은 그렇게 탄생했다.

"별도 아름답고, 그 커플도 예뻤다. 내가 여성호르몬이 늘어난 건지 감성이 생기더라. 곡을 쓸 때 상황이 다 그려져야 하는 편이다. 그날 있었던 상황들이 눈으로 다 펼쳐지는 것 말이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이 생기고, 곡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 커플들은 자신들이 영감이 된 걸 모르겠지만."

KCM은 이달 초 신곡과 같은 타이틀로 공연을 갖기도 했다. 팬들이 자신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넘버들이 아닌,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곡으로 리스트를 채웠다. 듣고 싶은 곡을 염두하고 현장을 찾은 일부 팬들이 혹여 실망할까 우려했지만, 용기를 냈고 다행히 호응을 얻었다. KCM의 이 같은 변화는 그가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자신을 생소하게 느낄 시선이 걱정될 때도 있다.

"덜어냄과 여백을 얘기했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KCM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발표하는 곡 중에는 이번 '아름답던 별들의 밤'같은 여백을 살린 곡이 있고, 전처럼 호흡 하나까지 다 계산하고 꽉 채우는 곡도 있을 것이다. 팬들에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복귀하는 KCM을 가장 반긴 건 오랜 팬들과 MSG멤버들이다. MSG워너비 단체 대화방은 늘 뜨겁다고 한다. 그는 "멤버들 단톡방이 쉴 틈이 없다. 각자 일정이나 재밌는 것도 공유하고, 서로 커피차도 보내주면서 끈끈하게 지내고 있다. 신곡을 가장 열심히 홍보해준 것도 그들이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사람들"이라며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올해 KCM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오랜 활동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그는 "가수는 누구나 같다. 슬럼프도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도 있는데 서로 다른 시기에 오는 것 같다"라며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없을 때가 아무래도 가장 기운이 빠지지만, 그것도 다 과정이다. 언젠가 그 시기가 지나더라. 물론 저는 기다리기도 했지만, 운도 좋았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럼프에 빠진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고. KCM은 "그런 과정을 잘 견디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라며 "제가 슬럼프일 때 '새벽길'이라는 곡을 썼다. 모든 곡이 그렇지만 진심으로 쓴 곡이다. 전혀 성과가 없다가 1년 후 차트인 된 걸 봤다. 그때 느꼈다. 진정성이 있는 곡은 언젠가 사랑 받는다는 걸. 그때 슬럼프를 해탈한 것 같다. 덕분에 고정 리스너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결국 모든 곡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슬럼프부터 언급했지만, 20년 동안 KCM이 먼저 시도한 것들은 꽤 많다. 2003년 그는 OST를 정규 앨범으로 발매했다. 당시만 해도 'OST는 가수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불문율이 있을 때다. KCM은 "OST로 정규를 내니까 주변에서 '다 망할거야'라고 걱정하더라. 근데 그 정설이 깨졌다. 뿌듯한 일이었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서술형 타이틀이나 앨범을 파트 원,투로 분류해 발매한 것도 KCM이 처음이다. 그의 성공 후 서술형 제목의 곡들이 잇따라 발표됐고, 앨범이 파트로 나뉘기 시작했다. 나름 유행을 선도한 셈이다.

20년 차를 맞은 KCM은 소탈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는 "가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아이고 내 아들,딸이 제일 좋아하는 개그맨이야'라면서 반겨줄 때가 있다.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싫지 않다."라며 "1년만 쉬어도 잊혀지는 치열한 곳에서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꾸준히 음악하고, 꾸준히 활동하는 게 내 목표다. 진정성이 결국 통하는 것 처럼 꾸준히 가다 보면 계속 길이 열릴 것"이라며 현재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중에게 편안하게 안착 되는 사람이고 싶다"라며 "부담스러운 색이 아닌 은은한 색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덜어냄의 미학을 알게 된 그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스쳐갔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이미지나인컴즈]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