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어준·황운하,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에 예결위 ‘파행’

정대연·탁지영 기자 2022. 11. 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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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으로 파행했다.

이날 저녁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황당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김어준이 주도해서 민주당이 빨려가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하자 한 장관은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 같은 직업적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운하 의원이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무엇보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민적 비극을 이용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마약수사를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느냐’는 질의에 한 장관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그것(음모론)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마약수사는 반드시 철저하게 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말을 하느냐. 위원장이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특정 방송인(김어준)이 계속해서 사실과 다른 음모론적 발언을 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게 특정 방송인(김어준)을 지칭한 것으로 들었다. 거기에 부하뇌동하는 정치인 행태를 비판하는 걸로 들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이 황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 것에 대해 위원장이 질타하고 경고해야 한다”며 “국회를 모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 의원은 “한 장관이 황 의원을 향해서 직업적 음모론자라 했다면 민주당 지적대로 국무위원 품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그 부분은 사과해 달라”고 했다. 예결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직업적 음모론자에 황 의원이 포함된 것이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했지만, 한 장관은 “김어준·황운하 둘 다 포함된 것”이라며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여야 간사와 한 장관에 대한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속개 이후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 장관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동료의원 무시는 국회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고, 민주헌정체제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냐. (한덕수 국무)총리는 왜 가만히 있느냐. 대통령 뜻이냐”면서 한 장관 퇴장을 촉구했다. 결국 우 위원장은 이날 오후 11시30분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날짜를 넘겨 8일 0시20분 다시 열린 예결위에서 한 장관은 “저의 답변으로 인해 예결위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이 아닌, 회의 진행 차질에 대해서만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다. 여야가 한 장관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면서 예결위는 정상화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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