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충돌 막자” 유튜버·시민들 ‘새 구하기’ 나섰다
이화여대생, 조류충돌 저감 활동
SNS로 모집 공지하자 30명 동참
새들에게 시설물 존재 인지하도록
유리 난간에 스티커 부착 ‘구슬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앞. 투명한 유리 난간에 시민 30명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야생조류가 투명한 유리창에 충돌해 죽지 않도록, 점박이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였다. 그 사이에는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새덕후’ 채널 운영자 김어진씨(27)도 있었다.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이하 모니터링팀)은 이날 신촌 기차역 유리 난간 조류충돌 저감 활동을 진행했다. 30명 정원은 모집 공지를 통해 ‘새덕후’가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세 찼다. 김씨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활동을 알렸다.
김씨는 ‘자연 다큐멘터리’ 유튜버다. 주 콘텐츠는 채널 이름인 ‘새덕후’에 맞게 탐조 활동이다. 주요 탐조지에서 탐조 활동을 하거나 희귀한 새를 볼 수 있는 섬에 찾아가기도 하며 “새덕후가 알려주는 탐조”를 보여준다.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수리를 보고 탐조를 시작하게 됐다”며 “요즘에는 어린 친구들도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탐조하는 것을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 이외에도 산란기 두꺼비의 이동 경로인 차도에서 구조활동을 한다거나, 생태 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등의 영상도 만들고 있다. 김씨는 “생태계가 새뿐만 아니라 모든 게 연결돼 있어서, 영상을 만들 때도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연결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활동에는 유튜버 ‘새덕후’의 공지를 보고 활동에 동참한 시민들이 많았다. 김씨가 행사 소식을 공유하자 구독자들은 새를 지키고 싶은 마음 반, 김씨를 만나고 싶은 마음 반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대학에서 산림과학을 전공하는 김민제씨(21)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새덕후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에 SNS를 통해 이런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새덕후 채널을 보고 탐조와 생태에 관해 관심이 더 깊어졌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새를 좋아하기 시작해 대학 진학에서도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정지우양(18)은 이날 어머니 안선형씨(50)와 함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안씨는 “새덕후 채널은 어디로 가서 무슨 새를 봐야 할지 모르는 탐조인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조류에 대해 불모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좀 더 ‘새덕후’ 같은 분들이 많아져서 자연과 환경에 더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 2시간30분 정도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이 끝나고 난 뒤에는 봉사활동에 참석한 구독자들과 김씨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소규모 팬 미팅도 있었다.
김씨는 “조류충돌 방지 활동 일정을 공유하곤 하는데,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원래 하던 만큼 새를 보러 다닐 정도의 여유는 안 되지만 구독자들과 함께 탐조하거나, 조류충돌 방지 활동 등을 계속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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