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와 주세요" 신고 82건 쏟아진 뒤에야 소방 인력 '총동원'
[앵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과 지자체뿐 아니라 소방 당국의 대응 역시 부실했던 정황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방 신고 녹취록도 공개됐습니다.
소방 당국이 인력 총동원 지시를 내린 건 제발 빨리 와달라는 절박한 신고가 이미 80건 넘게 들어온 뒤였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경찰이건 소방이건 보내주세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 15분, 서울종합방재센터에 들어온 119신고입니다.
구급대가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가까스로 현장 근처에 도착하기까지, 14분 동안 빗발친 신고만 24건.
일부 신고의 경우 위급 상황에 놓인 듯 비명과 신음만 들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소방 당국이 밤 10시 43분 가용 소방력 30%를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내렸지만 이미 역부족이었습니다.
호흡 곤란과 의식 불명을 호소하는 신고는 계속 늘어났고,
급기야 용산경찰서가 직접 추가 구급차 지원을 요청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일부 119신고 접수자들은 "사람들이 기절했느냐"고 되묻는 등 엉뚱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밤 11시 13분, 소방 당국이 동원 인력을 50% 수준으로 격상하는 2단계를 발령할 즈음,
한 신고자는 다시 한 번 119에 전화해 50여 분 전, 자신이 경찰이든 군부대든 다 와야 할 상황이라 말하지 않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신고 접수자들은 많은 구급차가 현장에 배치됐다며 되레 답답하다는 반응마저 보입니다.
결국, 소방 당국은 참사 발생 뒤 80건이 넘는 119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인력 총동원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일 / 소방청 119 대응국장 : (대응 단계 상향) 시간을 좀 당길 수 있었으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결과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 부분은 현장의 지휘관이 현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부분인데…. 인파라든가 붐비는 것들로 해서 정확하게 쉽지는 않았겠다.]
당국의 신속한 판단이 있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거란 안타까움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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