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복구 안됐는데 “완료” 문자... 서울 지하철 대란 불렀다
지난 6일 오후 9시쯤 서울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갑자기 탈선하는 사고가 났다. 그 여파로 이튿날인 7일 하루 종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로 이날 오후 늦게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된 곳이 많았는데, 서울시와 영등포구청 등이 사고 직후 시민들에게 “운행 재개”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종일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 탈선 사고로 긴급 상황 때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대응 체계가 엉망이라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오후 8시 52분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나자, 서울시는 오후 9시 33분 ‘무궁화호 열차 탈선으로 1호선 상·하행선 운행 중지’라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9분 뒤 시민들은 서울시에서 “1호선 상·하선 운행 재개”라는 재난문자를 또 받았다. 영등포구도 오후 10시 32분 “열차 탈선 사고는 복구 완료되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을 재난문자로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나 영등포구의 재난문자는 틀린 내용이었다. 7일 오후 5시 30분에야 사고 뒤처리가 끝이 났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이 시간까지 지하철 1호선 급행 열차, KTX, 새마을·무궁화호가 오후 5시 30분까지 용산역과 영등포역 2개 역을 그냥 무정차 통과했고,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는 구로역~용산역 구간을 아예 운행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에선 1호선 ‘출근길 대란’이 빚어졌다. 열차가 서지 않는 역에서 내리거나 환승하려던 사람들이 뒤늦게 사태를 알아채고 인근 지하철역인 신도림역이나 구로역, 개봉역 등에 몰려 대체 교통편을 찾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인파가 몰리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떠올린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8시 13분 “개봉역인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오전 9시까지 구로경찰서에만 112 신고 12건이 접수됐다. 비슷한 시각 인근 온수역 등에서도 “사람이 많아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 “호흡 곤란이 온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지하철 1호선을 탔다는 직장인 홍모(29)씨는 “사람을 가득 실은 일반 열차가 오는데,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말 그대로 아비규환을 겪었다”며 “이태원 참사 생각이 절로 나서 열차 3대를 그냥 보냈다”고 했다. 7일 오후 5시 30분 복구가 끝났지만 순차적으로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느라 퇴근길도 혼잡을 빚었다.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탈선 사고 직후 잘못된 재난문자를 보낸 것은 사고 수습을 하는 코레일 측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직원들이 상황을 봤는데, 아예 철도 운행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닐 수는 있어서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원래 이런 문자는 코레일이 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운행 재개’라는 서울시 재난문자를 보고 정상화됐다고 생각하며, 이날 평소처럼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지자체는 7일 오전 늑장 대응도 했다. 6일 밤 잘못된 정보를 알린 서울시는 출근길 대란이 이미 한창이던 오전 8시 27분에야 “1호선 일대가 혼잡하니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의 재난문자를 보냈다. 구로구는 9시 13분, 영등포구는 9시 56분에 비슷한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공공기관인 코레일도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7일 오후 5시까지 지하철을 제외한 일반 열차와 KTX 등 106개 열차가 최소 10분에서 최대 260분 지연 운행됐다. 운행 시간도 무려 228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운행 시간이나 구간이 변경된 사람 중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이 된 시민에게만 알림을 보냈다.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역까지 와서 열차 지연·변경을 알게 된 시민도 많았다. 또 코레일에서는 올해 들어 탈선이 11건, 작업 중 사망 사고도 4건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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