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효율의 시대는 갔다, 이젠 ‘회복력’ 얘기할 때”
“전 세계의 사업가들과 얘기해보면, 이제 ‘진보’와 ‘효율’이라는 말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적응’과 ‘회복력’을 이야기하죠. 지난 1만년 동안 인간은 자연을 인간에게 적응시키며 멸종의 길을 달려왔어요.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적응할 차례입니다.”
제러미 리프킨(77)은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 ‘글로벌 그린 뉴딜’(2020) 등의 저서를 통해 인류 문명의 미래를 예견해 온 미래학자다. 8년 동안 경제, 정치, 사회 분야의 지식을 응축해 신간 ‘회복력 시대’(민음사)를 펴낸 그는 근대 이후 인간이 좇아온 ‘진보’의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 환경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긴 나머지, 인류는 현재 발생하는 폭우, 폭염, 홍수 같은 지구의 ‘멸종 사건(Extinction event)’을 야기했다는 것. 그는 “진보와 효율성에 집중했던 시대를 넘어 ‘회복력의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책에 썼다. 앞으로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고, 환경을 위하며 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리프킨은 1일 국내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인류 문명의 완행(緩行)을 예고했다. 그가 말하는 회복력 시대란 양보단 ‘질’이 우선시되는 사회다. ‘GDP’보다 ‘삶의 질 지수’를 중시하고, ‘대의민주주의’는 지자체와 시민의회가 중심축이 되는 ‘시민정치’로 전환된다. 또한 거대 글로벌 기업 위주로 흘러가는 세계화의 흐름은 세계화와 지방화(현지화)가 조화를 이루는 ‘세방화(Glocalization)’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생태 환경 관리를 위해 국가적 역량이 동원될 것임을 강조한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의학, 고고학, 지질학 등의 학문에서도 자연 복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UN에서는 2050년까지 지구 전체 생태계의 3분의 1 이상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는데, 이는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하는 일이죠. 앞으론 생태농업, 실내 수직농업, 생태계 복원 분야 일자리가 수없이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태 복원을 위해서 주방위군을 상시 동원하고 있는데, 이처럼 앞으론 군에서도 생태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힘인 ‘회복력’ 측면에서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은 주변 강국의 지배를 겪으며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죠. 한국의 문화적 유전자는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을 서양에서처럼 자율적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개인으로 인식하는 점 또한 한국을 포함한 동양 문명의 강점이죠.”
미래학의 구루(Guru)는 회복력 시대를 끌어갈 청년 세대들에게 당부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도 좋지만,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기후 위기는 곧 생사의 문제입니다.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에 참여하고, ‘이 지구의 일원으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여러분은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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