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협력할지 멸종할지 택해야”라는데…10대 온실가스 배출국, 기후정상회의 불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인류가 당면한 최대 위험인 기후 위기 대응책을 논하기 위해 이집트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전투에서 협력하거나 집단 자살을 택하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고위급 회의(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라 말한 그는 “인류는 협력할지 멸종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연대로 극복하든지 집단 자살을 택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세기의 중심 과제”라며 감축, 적응, 손실과 피해, 재원 등 분야에서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27 의장국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지구는 고통으로 가득한 세계가 되었다”며 “이 모든 고통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지 않았냐”며 동료 지도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우리의 개입 없이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시간은 제한돼 있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전부 활용해야 한다”며 총회에서 논의 진전을 이룰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려 섞인 훈계는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범국들의 귀에 가 닿지 않았다. ‘탄소 배출 주범국’ 정상들은 올해 정상회의에 대부분 불참하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1,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불참한다. 온실가스 배출국 2위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등 일정 때문에 11일에야 도착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10대 배출국 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정상회의 참석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10대 배출국 중 정상회의 기간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정상은 8일 도착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유일하다.
정상이 불참할 경우 정부 고위인사 등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하고, 장관급 대표단이 총회에 참석해 주요 이슈를 논의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나 에너지난 등 국내 문제에 부닥쳤다 하더라도 정상의 COP27 불참은 비판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최근 임명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COP27에 불참할 것이라 밝혔지만, 보수당 내에서까지 비판이 일자 결정을 번복해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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