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지휘·감독 당연하다’던 이상민, ‘이태원 참사’엔 “권한 전혀 없어”[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국회에 나와 자신이 경찰의 치안 업무에 대해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과 관련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앞서 이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한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장관은 ‘경찰국 설치에 관한 시행령을 새로 만들었지만, 일반 치안사항에 대한 지휘규칙이 없는데 행안부 장관이 치안에 대해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느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없어 지금까지 치안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지 않느냐’는 정 의원의 추가 질의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도 출석해 유사한 답변을 했다. 이 장관은 “경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특히 개별적 치안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지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 추진 과정에서 경찰 지휘 권한을 강조했던 것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그것을 반영해 실제 발족한 경찰국은 발표된 내용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며 “경찰지휘규칙에 치안에 관한 사항 보고를 넣고 싶었지만 그런 부분도 다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감찰권과 징계권이다. 이게 있어야 실질 지휘가 가능하다. 그것은 법률 사항이라 손을 대지 못했다”고 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결위에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목적이 뭐냐. 경찰을 적극 지휘·통제해서 경찰이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 아니었느냐”며 “그러면 그 역할을 했어야지, 언제까지 무슨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법령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핑계를 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발언은 앞서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밝힌 입장과는 정반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장관은 올해 6~7월 시행령으로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데 대한 경찰 안팎의 비판이 나올 당시 “(정부조직법) 34조에 의해 당연히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굳이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런 조직은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34조 5항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를 근거로 행안부 장관이 경찰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이 가능하지만, 치안 업무 지휘·통제를 위해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장관은 당시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치안 업무 자체를 제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 또 필요하다면 감독 업무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당시 국가경찰위원회는 치안을 관장하는 주체를 경찰청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도 87년 민주화 이후 출범한 노태우 정부 시절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행안부 장관 소관사무 중 ‘치안’을 삭제한 것은 행안부 장관이 치안과 관련해 경찰에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조직법 34조 1항에는 행안부 장관이 관장하는 사무들이 기재돼 있는데, 여기에 치안은 빠져 있다.
이 장관은 당시 이러한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치안 업무 지휘·감독권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금에야 치안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창민 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이 장관 발언은 5개월 전 했던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이라며 “이제 와서 (참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상 의무나 권한이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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