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분지의 열대우림, 지킬 의무는 선진국에도 있다
개발 앞둔 아프리카의 습지
“자원 착취와 생존의 딜레마”
‘자연 부채’ 개념으로 풀어야
열대우림 보유국, 동맹 결성
국제사회 책임 물을 가능성
아프리카 대륙 중앙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은 브라질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이다. 아마존이 무분별한 벌채로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보다 배출량이 더 많아진 것과 달리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은 여전히 탄소를 흡수하는 온전한 열대우림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계기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열대우림 보전 문제는 기후정의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콩고 정부는 열대우림 내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 7월 토지 경매에 돌입했다. 유전 및 가스 개발 예정지에는 거대한 이탄 습지도 포함돼 있다. 이탄 습지는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콩고 분지 열대우림의 이탄 습지에는 탄소 300억t이 매장돼 있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하는 탄소의 3년 치에 해당한다. 이탄 습지가 머금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기후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열대우림 화석연료 개발 중지를 요청했지만 민주콩고는 거부했다. 이브 바자이바 민주콩고 환경부 장관은 “아프리카는 자원을 착취하는 것과 굶주리는 것 사이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민주콩고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
세네갈, 모잠비크, 탄자니아는 해저 가스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사하라 횡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나미비아와 우간다도 석유 시추를 추진 중이다. 화석연료 개발은 원주민을 내쫓고 지역을 오염시키며 이익도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오랜 빈곤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금리 인상에 따른 외채 위기가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을 짓누르는 현실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좌절감을 더 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가 끊긴 유럽 국가 역시 아프리카의 화석연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네갈 대통령인 마키 살 아프리카연합 의장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6억명 이상의 아프리카인이 여전히 전기 없이 살고 있다”며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오염을 덜 시켰고 가장 뒤처진 대륙인 아프리카는 기본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리카 51개국이 개발 욕구를 누르고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에 동참하려면 2조8000억달러가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 프로젝트에만 579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51개국이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적응 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연간 평균 114억달러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용 가능한 자금은 대부분 재생에너지 등에 사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최우선 순위로는 국가 재정 자체가 꼽힌다. 나이지리아 전 환경부 장관인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지속가능개발그룹(UNSDG) 의장은 COP27 준비회의에서 아프리카 15개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이 채무 위기를 겪고 있거나 채무 불이행에 직면해 있다며 COP27에서는 ‘기후적응’과 ‘자연 부채’ 교환이라는 창의적인 해법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COP27에서는 ‘금융의날’(9일)을 지정해 개도국의 기후지원 방안과 부채 문제 해결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 열대우림의 52%를 보유한 브라질, 인도네시아, 민주콩고는 이번 COP27 기간 전략적 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열대우림을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라는 별명을 가진 이 동맹은 열대우림 보전을 위한 공동제안서를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서에는 국제사회에 내밀 ‘열대우림 보전 청구서’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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