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소방, 이태원119센터에 ‘비상 대기’ 걸고도 종로소방보다 출동 늦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핼러윈 앞두고 근거리 센터 구급차 대기 등 ‘자체 지침’
참사 전 응급 사건 출동 공백…타 소방서보다 도착 늦어
전문가 “소방본부 조율했어야”…용산서 “문건은 화재용”
서울 용산소방서가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이태원119안전센터에 구급차 및 승차대원 등 소방력을 대기하도록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소속이었다.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을 목적으로 마련한 용산소방서의 지침이 유명무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7일 경향신문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용산소방서의 ‘2022 핼러윈데이 소방 안전대책’ 문건(안전대책문건)을 확보했다.
용산소방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만든 이 문건에서 현장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을 원활하게 하고자 이태원119안전센터에 구급차 및 승차대원 등 소방력을 대기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재난 상황 발생에 따라 이태원 팀장이 상황 판단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태원119안전센터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지로부터 약 2㎞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직후 현장에 처음 도착한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소속 종로119안전센터의 구급차였다. 종로소방서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까지는 약 5~6㎞ 거리이다.
종로소방서 구급차는 참사 발생 3분 후인 오후 10시18분 출동했으나 극심한 차량 정체 탓에 24분이 지난 10시42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 구급차는 오후 11시25분 참사 현장에서 출발해 오후 11시49분 병원에 도착했다.
이태원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구급차보다 31분 늦은 오후 11시13분에야 현장에 투입됐다. 취재 결과 참사 당일 이태원119안전센터에 있었던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10시7분 센터를 떠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용산소방서가 핼러윈 관련 응급상황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이태원) 구급차 및 승차대원 인력 배치’ 지침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당일 오후 9시10분과 10시 무렵 이태원파출소에는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른 터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용산소방서에서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태원119안전센터에 배치됐던 구급차를 다른 현장에 보낸 것은 일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서울 소방본부 책임하에 참사 당일 막대한 인파가 몰렸던 이태원 인근 소방서의 역할을 조율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결국은 지역 안전관리 시스템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핼러윈을 앞두고 마련한 안전대책문건은 화재사고 대비를 1순위로 두고 만든 용산소방서 자체 계획”이라며 “만일 용산소방서에서 핼러윈에 대비해 다른 유관기관과 협조해서 대책문건을 만들었다면 소방(이태원119안전센터)도 현장 출동을 하지 않고 대기할 여지가 있었겠지만, 이것은 자체 대책이었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한 순간에 현실적으로 대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태원119안전센터에 있었던 구급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 응급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에 대응한 뒤 참사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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