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늪…안방 굴욕

이복진 2022. 11. 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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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반 선전했지만… 주인공 열애설에 발목
2.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전개에 공감 못 얻어
3. 호평에도 온라인서만 화제·경쟁작과 요일 겹쳐
지상파, 케이블, 종편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까지. 다양한 채널에서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짐에 따라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는 드라마를 찾기 힘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1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반대편에선 드라마가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를 나타내는 ‘시청률 3%’ 고지를 넘지 못하는 드라마도 여럿 나오고 있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방영 중인 또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가운데 이 ‘고지’를 넘지 못한 드라마로는 ‘월수금화목토’,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치얼업’, ‘블라인드’ 등이 있는데 이들의 시청률 고전 사연은 제각각이다.
‘월수금화목토’
◆주인공 리스크에 시달린 ‘월수금화목토’
지난 9월 2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수목드라마 ‘월수금화목토’는 초반에 좋은 성적을 보였다. 1회 방송이 4%를 기록한 데 이어 3.4%(2회), 3.8%(3회) 등 7회(2.9%)를 제외하고 8회까지 3%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쪽박’이라고 할 순 없는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3회가 방송되던 9월28일 주인공으로 활약 중인 박민영이 열애설에 휘말리면서 시청률이 요동쳤다. 열애 상대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실제 소유주로 거론되는 은둔 재력가 강모씨로 알려졌기 때문. 박민영 측은 하루 뒤 헤어졌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민영 친언니가 해당 사업가 실소유 회사 중 하나에 사외이사로 등재된 사실까지 밝혀져 논란은 계속됐다. 이러한 ‘여주(여자주인공) 리스크’는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9회 이후 시청률은 3%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최근(14회 2.9%)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디 엠파이어’
◆공감 얻지 못한 ‘디 엠파이어’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최신 트렌드인 법정물에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추악한 면모를 낱낱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기득권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제작 의도에 맞게 유부남인 로스쿨 교수가 여제자와 불륜을 저지르거나 돈과 권력을 갖기 위해 가족원들이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장면 등을 서슴없이 보여줬다. 여기에 김선아, 안재욱, 이미숙, 신구, 오현경, 이문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노출하거나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최근 시청률은 1.6%(5일)와 2.8%(6일)로, 7일 기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 중 시청률이 가장 낮다.
‘치얼업’
◆이유 있는 부진, 치얼업·블라인드
SBS는 지난달 3일부터 월화드라마로 ‘치얼업’을 방송 중이다. 가상의 학교인 연희대 응원단 ‘테이아’에 모인 스무 살 청춘들의 열정과 싱그러운 에너지, 설레는 캠퍼스 삼각 로맨스 등을 그린 청춘물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라졌던 대학 문화를 낭만 가득하게 담아냈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응원단 율동에 맞춰 응원하고 함성을 지르거나, 동아리 부원들이 기차를 타고 MT(수련모임)를 떠나는 등이다. 드라마는 대학 청춘들의 낭만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2%대를 유지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방송을 챙겨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주요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반면 OTT나 유튜브에서는 높은 화제성을 얻고 있다. SBS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7∼8회 요약본 영상은 조회수 34만회, 5∼6회 요약본 영상은 조회수 37만회를 기록했다. 특히 연희대와 호경대 합동응원전 치어리딩 무대 영상은 조회수가 133만회에 달한다.
‘블라인드’
지난 5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는 희망복지원에서 자행됐던 학대 피해 어린이들이 어른이 된 뒤 관련된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이를 어른이 된 또 다른 피해 어린이들이 막는 내용이다. 범인은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을 벌이는지, 희생자는 어떤 연관인지 등 미스터리 요소가 가득했다. 여기에 하석진, 옥택연, 정은지 등 주연을 맡았던 젊은 배우들의 호연과 조경숙, 정인기, 김법래 등 중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내공, 그리고 짜임새 있는 편집 및 연출로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시청률 면에서는 1회 3.4%로 시작한 이후 2% 후반대를 유지했다. 5일 마지막회에서는 3.1%를 기록했다. 너무 장르물적 성격이 강한 데다가 금·토 밤 10시40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방영했던 점이 시청률 상승에 감점이 됐다.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금토드라마 시청률 부동의 1위 왕좌를 지키고 있는 남궁민 주연의 SBS ‘천원짜리 변호사’, 최고 시청률 11.3%로 ‘천원짜리 변호사’에 이어 2위를 굳건히 사수 중인 김혜수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슈룹’과 방영 날짜(토요일)가 겹친다는 불운도 시청률 성장에 방해 요소가 됐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3%’는 방송 초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정도를 나타낸 수치로 이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가 드라마가 인기 ‘있다’와 ‘없다’의 척도가 된다”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TV 시청률 고전은 더 심화되겠지만, 이 중에서도 스토리나 연출 등으로 성공하는 드라마는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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