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언급 20차례…“살려달라” 비명도 부지기수[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홍근·강연주 기자 2022. 11. 7. 2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9 신고 87건 녹취록 분석
현장엔 구급차 진입 어려워
“대로변 나와달라” 답변 반복
자정 무렵 언론보도 이후엔
가족들의 실종신고 들어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소방에 접수된 119신고 중 압사와 관련된 언급이 20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의 신고자들은 “죽을 것 같다”는 말과 신음 등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소방은 현장에 구급차 수백대를 투입했으나 사상자들이 쓰러진 골목으로 진입하지 못해 “대로변으로 환자를 데리고 나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7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핼러윈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부터 30일 0시56분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100건이다. 이 중 무응답을 제외한 신고는 87건으로 확인됐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15분부터 대응 1단계가 발령된 오후 10시43분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50건으로, 약 28분간 전체 신고의 절반이 접수됐다.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자는 “여기 사람 압사당하게 생겼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들이 다 끼었다. 농담하는 것 아니다”라고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 이어 오후 10시18분에도 “압사당할 것 같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라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해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소방은 “잠깐만요. 호텔 옆 골목이라고요?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고요? 깔렸어요?”라고 물었다.

10시20분부터는 “사람이 깔렸다”는 말과 함께 비명소리도 녹음됐다. 신고 기록에는 “밀지 마세요” “살려주세요”라는 피해자들의 외침이 담겼다. 비슷한 녹음은 참사가 발생한 지 24분이 지난 오후 10시29분까지 이어졌다.

이날 신고에서 ‘압사’라는 단어는 총 20차례 언급됐다. “죽겠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은 15차례로 파악됐다. “다쳤다” “부상” “환자” 등도 8차례 거론됐다. 신음과 비명 소리를 내며 살려달라고 한 경우는 39차례에 달했다.

신고가 빗발치자 용산소방서장은 오후 11시8분쯤 지휘권을 선언하고 구급차 30대를 본부에 추가 요청했다. 이후 오후 11시13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이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1시50분에는 경기지역에서 구급차 44대가 추가 투입됐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대규모 인파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골목으로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오후 11시12분 한 신고자는 “여기 1명이 압사당해서 기절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소방은 “거기 (소방관들이) 많이 가 있다. 거기 있는 분들에게 얘기를 하세요”라고 답했다. 오후 11시31분 “숨을 못 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에는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더 이상 인원을 투입할 수 없다. 거기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달라”고 했다.

소방차가 많은 대로변으로 환자를 끌고 와달라는 답변도 이어졌다. 오후 11시24분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소방은 “이태원역에 차 50대가 가 있다”며 “지금 심각하면 환자분 데리고 (대로변) 구조대 앞으로 가시라고요. 끌고 가세요”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신고도 있었다. 오후 11시13분 한 신고자는 “오후 10시17분에 죽을 뻔해서 전화했었는데 ‘실제로 쓰러진 사람이 있냐’ 같은 소리를 해서 화가 나 미치겠어 전화를 했다”며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라다”고 했다. 이후에도 “구급차를 더 보내달라” “사람이 많이 쓰러졌는데 왜 구급차가 안 오느냐”는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의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오후 11시50분부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 사실을 접한 가족들의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30일 0시51분 접수된 신고는 “이태원 압사사고 부상자를 알 수 없느냐.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0시56분 신고에서도 “이태원 압사사고 학생 보호자인데 저희 애가 구급차로 이송이 되었다고 얘기를 들었다.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 수 있냐”는 내용이 접수됐다.

소방은 “아직 파악 중에 있다”며 “주변 일대 병원으로 분산 이송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홍근·강연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