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 있을 수 없어”[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자체 관리 시설 사고와 자꾸 섞지 말라” 경찰에 화살
“용산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봤나” 구체적 지적
윤희근 청장 앞에 두고 “도무지 이해 안 돼” 격한 발언도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경찰의 부실 대응을 세세하게 거론하며 문제 삼았다. ‘정부 책임론’보다는 ‘경찰 책임론’ 질타에 가까웠다.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비공개 부분의 윤 대통령 발언을 ‘중간 발언’ ‘마무리 발언’으로 나눠 전문 형태로 공개했다. 비공개 발언이 전체 속기본으로 전달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회의 내용이 전달되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침이 있었다”며 “철저하게 진상을 확인하고, 책임을 질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공개된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간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며 112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인파 관리를 위한 차도 차단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는 “당시 130여명의 경찰들이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찰서장이 늦게 왔냐, 빨리 왔냐의 문제가 아니고 왜 그런 도로 차단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사전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점을 두고도 “경찰 정보 중 제일 중요한 게 경비”라며 “안전 계획을 주최자가 세워야 하느냐. 국가가 세워야 하고 정부가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분여의 비공개 발언에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현장에 나가 있었는데 112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격앙된 어조로 질타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의 문제점을 짚는 대통령 발언이 ‘경찰 질타’로 채워지면서 윤 대통령이 천명한 ‘엄정한 인적 조치’도 경찰에 집중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인적 책임론은 기정사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선 진상규명, 후 엄정조치’ 의지를 재확인하며 즉각 경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명확한 진상규명을 당부하며 한 발언이다.
경질 요구를 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행안부 관련 발언은 “재난,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며 “어떠한 재난이고 (대응을) 행안부나 소방청, 경찰청에서 하는 것이지만” 신속한 대처를 위해 보고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고 일반적인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비판의 화살을 경찰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 경질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에서는 신중론으로 기우는 신호들도 최근 감지된다. 정부 부실 대응의 초점이 경찰에만 국한될 경우 정부 책임 축소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누구를 특정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확인하자는 것이 주된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장관 책임론에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책임을 지우는 문제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권한에 맞춰 얼마만큼 책임을 물어야 할지 판단한 다음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신설됐다. 민관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회의 공개 발언에서 “정부는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며,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모든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제가 중심이 돼 제도도 만들고 관리도 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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