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길거리서 아내 살해…"빚 갚는데 돈 썼다고 구타" 아들 엄벌 호소

국회 국민 동의 청원 조기마감 7일 법사위 회부
"평생 폭행 시달려…심신 미약 주장하며 형량 줄이려해"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어머니 살해한 아버지가 죗값 받도록 도와주세요.”

접근 금지 명령을 무시한 채 대낮 길거리서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50대 남편이 구속된 가운데, 피해자의 아들이 ‘아빠가 죗값을 치를 수 있게 도와달라’며 올린 국회 국민 동의 청원이 7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편 A씨가 지난 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현장 CCTV에 포착된 A씨의 폭행 장면 (사진=연합뉴스/JTBC 방송 캡처)

지난달 4일 A(50)씨는 반복된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아내 B(44)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찾아가 흉기를 이용해 B 씨를 살해했다.

사건 발생 당시 B 씨의 비명소리를 들은 행인 10명이 달려와 경찰에 신고했으나 A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 인근을 지나던 30대 후반 남성 2명이 트렁크에 있던 삽을 꺼내 A씨를 제압해 경찰에 붙잡혔으나 B씨는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가정 폭력 행위 등과 관련해 합의를 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보복하려 B씨를 찾아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씨는 지난 9월 6일에도 미용실에 찾아가 이혼을 요구하는 B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르는 등 가정폭력을 일삼아 B 씨에게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경찰의 보호 조치는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대해 B씨의 아들 C씨는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글을 올려 “아빠는 심신 미약을 주장하며 형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 가시는 길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며 “저희 엄마는 2004년부터 술과 도박 외도를 시작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폭행은 저희에게도 시작됐고, 추운 겨울에 옷을 다 벗기고 집에서 쫓아내고, 화분을 던지고 욕을 하며 폭행도 일삼았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C씨는 “빚을 갚는데 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으며 협박과 구타가 지속돼 이혼을 결심한 엄마가 집을 팔아서 도망갈 것 같다는 이유로 엄마 소유의 집을 강제로 증여 신청하기도 했다”면서 “엄마는 평생을 저희를 위해서 살아오신 은인입니다. 아빠가 죗값 치를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오는 11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청원 성립 요건인 5만명의 동의를 조기 달성해 오늘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됐다.

한편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 2일 A씨를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또한 검찰은 B씨의 사망으로 A씨가 자녀들에 대한 유일한 친권자인 상황의 남용을 우려해 친권 상실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B씨가 전적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상황으로 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도록 학자금과 긴급 생계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화빈 (hwa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