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보고서 없는 이주호 장관 임명, 이번이 14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4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불발되자 곧바로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다수를 점하는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해왔다.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를 임명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어 유감스럽다.
인사청문회법은 대통령이 고위공무원을 임명할 때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 의견을 대통령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인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라는 취지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교육부를 이끌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으로 재직하며 도입한 자사고 정책은 선행학습만 부추기고 일반고 붕괴를 불러왔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의 공정성을 약화시켰고, 일제고사 전면 시행은 경쟁교육으로 이어지며 학교 서열화를 부추겼다. 이미 한 차례 교육부 장관을 지냈음에도 그 도덕성이 고위 공직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증거들이 다수 제기됐다. 퇴임 후 교육업체와 유착하거나,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 등 의혹이 나왔다. 장녀가 미래에셋으로부터 4년간 장학금 총 20만달러를 받았는데, 이 후보자가 장관이던 2012년 이 회사가 기부대상을 받은 일도 있었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이 청문회 제도를 형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박진(외교), 이상민(행정안전), 원희룡(국토교통), 박보균(문화체육관광), 한동훈(법무), 김현숙(여성가족), 박순애(교육) 장관과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원석 검찰총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 13명을 이미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반년 만에 인사청문 보고서 없는 장관을 14번째 임명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전 정부 핑계를 대면서 언제 개혁하겠다는 것인가.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청문회를 무시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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