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식 사과한 윤 대통령, 위부터 문책하고 국정 쇄신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시작하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사상자 329명을 낸 참사 발생 9일 만에 공식 회의에서 첫 사과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결과 공개를 약속하고, “책임 있는 사람은 엄정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날 사과는 국가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문책도 미룬 ‘반쪽 사과’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참사와 ‘외신기자회견 농담’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경찰과 소방 업무를 주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우려할 인파가 아니었고, 경찰이 미리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말로 국민에게 상처 준 것을 거듭 사과했다. 이 장관은 그러나 “사의 표명한 적 없고 (대통령실과도) 의논하지 않았다”며 참사 당일 경찰에서 공식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내부 보고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앵무새처럼 똑같이, 참사에 책임이 큰 고위공직자들이 대통령 눈치와 한발 늦은 사과·문책 속도만 보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뒤늦게 용산 구청장·경찰서장·소방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부실한 사전·사후 대응과 112신고 묵살, 위험을 알린 용산서 내부보고서 삭제 등을 문제 삼았다. 이날도 서울시·용산구에서 행안부에 참사 보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추가 공개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국가 부재 상황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이 정도로 해소될 수 없다. 1조5000억원 들인 재난 통신망까지 먹통이 된 허술한 재난안전체계, 안전 책임자들의 도덕적 해이, 참사·희생자를 사고·사망자로 축소하려 한 정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법과 매뉴얼·시스템을 따지기에 앞서 참사에 총체적·정무적 책임을 질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결과만 보고받게 돼 있는 경찰청장이 중간에 참사 관련자 압수수색을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특검으로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안전사고 제도와 보고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인파를 도시형 재난으로 인식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10월29일 이태원’에 멈춘 채 분노하는 것을 인식한다면, 대통령은 당장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사과해야 한다. 안전사고와 중대재해가 속출하는 나라에서 규제완화에만 속도를 높여온 국정도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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