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경찰 질책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을 강하게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 “왜 4시간(첫 112신고가 들어온 오후 6시40분부터 참사 발생까지)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고 질타하면서도 경찰을 포함한 치안의 총책임을 맡은 행정안전부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 가량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경찰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회의 공개 부분에서도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비공개 회의 중에도 거듭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시스템만 어느 정도 작동을 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난다”며 거듭 경찰 쪽 책임을 물었다.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이 발언 전문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경찰에 정말 제가 묻고 싶다”며 “6시34분에 인파가 너무 밀집해서 숨쉬기도 어렵고, 경찰에 통제조치를 해 달라고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 상황이면 도로 차단조치, 차선 차단조치를 해서 인파들에게 통행 공간만 넓혀주면 벌써 이 압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략)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내려오려고 하는 사람들의 숨통은 터질 수가 있었다”고 경찰의 총체적 부실 대처를 문제 삼았다. 이어 “(현장 배치됐던 경찰) 137명이 못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게 도대체 왜 안 이루어졌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라고 따졌다.
윤 대통령은 또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그런 정보를 경찰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경찰을 향해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다. 현장에 나가 있었다.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 못 했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냐 이 말이다.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 저는 이건 납득이 안 된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직무집행법상 현장 통제가 가능했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물론 제도가 잘 돼 있으면 더 확실하게 했겠지만 (이태원 참사가) 시스템이 안 되고 제도가 미비하다는 이야기는 저는 여기에서 안 맞는 것 같다”며 “기존에 있는 사람들의 통행공간을 넓혀주고 새로운 유입을 막는 것도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직무집행법상 못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한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라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돼서 거기에서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다. 이걸 자꾸 섞지 말라고요”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해서는 “아무리 수사가 특별수사본부에서 하고 청장은 관여를 안 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수사는 수사대로 하더라도 이 사고에 대한 행정적인 진상규명은 경찰청장의 권한과 책임에 속하는 것 아니냐”며 “4시간 동안 인파들의 점유통행공간을 넓혀줘야 하는 그런 긴박한 상황 조치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경찰청장께서 확실한 책임을 가지고 규명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정확하게 가려주시기를 당부하겠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재난·안전관리의 총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을 향한 경질론이 불거진 것에 대한 입장으로도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찰·소방 쪽의 ‘보고체계 중첩화’를 주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상황을 인지한 사람들이 최고위층까지 즉각 동시에 보고할 수 있는 중첩적 보고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래서 누구 하나가 중간에서 과실이나 태만으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보고를 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이태원 참사에서도 이런 것(필요성)이 드러나지 않았나. 경찰청장님께서도 보고체계를 중첩화시키는 것을 시스템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민으로서 본 우리 경찰 역량에 비추어서 이 사고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국민이 여기에 대해서 납득이 갈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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