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인방법’으로 찍었다던 MBC 수돗물 남세균 사진의 진실은

박상현 기자 2022. 11. 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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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현풍읍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를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게 맡겨 분석한 결과 독성을 가진 ‘남세균’이 발견됐다는 대구MBC 보도와 관련, 당시 시료(試料)에 대한 이 교수팀의 현미경 촬영본을 대구MBC가 “수질오염 공정시험기준과 같이 광학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 촬영한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MBC가 '살아있는 남세균'과 비슷하다며 지난 4일 보도에 쓴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현미경 촬영본. /부경대 이승준 교수 제공

대구MBC는 그동안 정수(淨水) 처리한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인시험방법인 현미경 관찰법을 통해 ‘살아있는 남세균’이 확인된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4일 이 교수팀이 검경배율 1000배로 확대해 찍은 현미경 촬영본을 ‘공정시험기준과 같이 찍었다’고 보도했지만, 실상은 단순히 1000배율로 확대만 해 찍은 사진으로 드러났다.

조류(藻類) 등 식물성 플랑크톤을 확인하는 공정시험방법에 따른 현미경 촬영법은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 진행돼야 하는데, MBC가 마치 해당 사진이 공정시험방법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것처럼 과장해 보도한 셈이다.

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수돗물에 ‘살아있는 남세균’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의 ‘식물성플랑크톤-현미경계수법’에 따라 1000배율 까지 확대 가능한 현미경을 사용해야 하고, 분석 시료를 만드는 방법도 엄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검경배율만 맞춘다고 공인시험방법을 따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승준 교수는 본지에 “대구MBC 측에 ‘1000배를 확대한 사진’이라고만 전했고, 공정시험방법을 따랐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MBC가 단순히 확대만 해 찍은 이 교수팀 현미경 촬영본을 공정시험방법을 따른 것처럼 보이도록 보도한 것이다.

대구MBC가 지난 4일 "'살아있는 남세균'과 비슷하다"며 보도한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현미경 촬영본. 과학원은 해당 보도사진을 분석한 결과 "남세균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대구MBC

대구MBC는 지난 4일 이 교수팀 현미경 촬영본이 ①수질오염 공정시험기준과 같이 광학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해 촬영한 것이며 ②'녹색의 둥근 모양’으로 살아 있는 남세균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과학원은 “대구MBC 보도사진이 녹색으로 보여 살아 있는 세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코코믹사와 같은 녹조류도 현미경에 이처럼 촬영될 수 있다”면서 “녹색이란 사실만으로 종을 ‘살아있는 남세균’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 교수팀이 대구MBC 측에 “‘세포가 살아있으면 녹색, 죽으면 노란색으로 보인다’고만 전달했을 뿐, 현미경 사진에 나온 ‘녹색의 둥근 모양’이 남세균이라고 특정한 기억은 없다”고 밝혀, 대구MBC가 자의적으로 해당 물질을 남세균으로 단정해 보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 이 교수팀 촬영본이 ‘공정시험방법’을 거치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해당 현미경 촬영본을 ‘살아있는 남세균’으로 엮으려던 대구MBC 보도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대구MBC는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면서도, 공인시험방법인 현미경 관찰법으로 독성을 지닌 ‘살아있는 남세균’의 사진은 한 번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구MBC는 이 교수팀, 경북대 신재호 교수팀에게 각각 ‘PCR’ ‘마이크로바이옴’ 등 유전자 분석을 의뢰해 ‘남세균 DNA가 검출됐다’는 식으로 보도해왔는데, 과학원은 “정수(淨水) 과정에서 죽은 남세균 세포의 파편에서 DNA가 검출될 수 있기 때문에 먹는물이 안전한지 보려면 살아있는 남세균이 찍힌 현미경 사진이 반드시 함께 제시돼야한다”며 “녹조와 무관한 물에서도 ‘남세균 DNA’는 흔히 검출된다”고 대구MBC 보도를 반박해왔다.

해당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은 수돗물 필터에서 연두색 물질이 나온 가정집 필터 시료(試料)를 국립환경과학원, 대구상수도본부 수질연구소, 대구MBC가 3등분 해 벌인 공동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오면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과학원은 현미경·유전자 검사를 병행하고, 대구상수도본부는 공인시험방법대로 현미경 검사, 대구MBC는 경북대 신재호 교수팀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대구MBC는 조류에 대한 과학적 상식도 없이 허위 보도로 시청자를 기만했다”며 “수돗물 공포감을 조성한 일련의 보도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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