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사태 진화…대주주가 출자
금감원 RP 발행 길 터줘…8천억 마련해 콜옵션 이행
흥국생명이 대주주 태광그룹의 출자로 9일 만기되는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예정대로 중도상환(콜옵션)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대주주 출자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등으로 총 8000억원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이 4000억원 규모로 흥국생명의 RP를 매입하고 다른 보험사들도 1000억원 수준으로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는 대주주인 태광그룹에서 추가 자금을 출자해 충당한다. 당초 흥국생명은 연말 지급여력(RBC) 비율이 정부 권고치인 150%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해 콜옵션 행사를 미뤘는데, 일주일 새 추가 자금 확충 방안을 마련하면서 유동성 부족 우려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채권시장 불안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흥국생명 경영진과 대주주가 자금 확충 계획을 세웠고, 금융당국도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 RP 발행에 물꼬를 터줬다. 태광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시장 혼란이 너무 커진 데다 보험 가입 고객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콜옵션을 예정대로 이행하기로 했다"면서 "대주주와 관계사들이 유동성 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을 한 덕분에 RBC 비율 등 연말 지표에도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대한화섬과 티엔알 등 그룹 계열사들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열려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사태 초기에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태광그룹이 해당 채권을 사들이는 바이백(Buy-back)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발행 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 여력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이 회사의 자기자본이 1조9718억원이고, RBC 비율상 가용자본은 2조7734억원이다. 당국이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잉여액도 지난 6월 말 기준 4조4481억원에 달한다.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9일에 만기 2048년 2월 28일로 5억달러(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발행금리 4.475%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달 5년 만기를 앞두고 지난 9월 이사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지만, 대내외 여건이 어려워지자 지난 1일 콜옵션 행사를 미뤘다. 이후 채권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한국물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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