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재난 매뉴얼'이 기적 만든다

2022. 11.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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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9월 6일 대한민국은 한 광부의 생환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충남 청양군 구봉 광산 갱도가 무너지면서 광부 김창선 씨가 매몰 368시간, 15일 8시간 만에 구조됐기 때문인데, 매몰된 상태에서도 그의 육성을 통해 마치 중계방송하듯 구조 상황이 알려져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전국은 떠들썩했습니다.

''형님' 하면서 막 뛰어오는데, 네 서로 막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거의 다 소진되어서 끝난 판인데 안전 등도….'

사흘 전, 경북 봉화군 아연채굴광산에서 221시간 만에 두 명이 구조됐습니다.

55년 전 김창선 씨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물이 흐르고 공기가 통하는 넓은 공간을 찾아 체온을 유지하고 물과 영양소를 확보하라'는 생존 매뉴얼을 지켜, 커피믹스와 지하수를 마시고 비닐 텐트 안에서 서로 몸을 맞대며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서울 한복판에서 156여 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에선 이런 매뉴얼이 없었지요.

1990년, 무슬림이 성지순례를 위해 찾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마라트 다리에서 무려 천426명이 숨지는 압사 사고가 발생하자 당국은 다리를 증축하고 안전시설을 보강합니다.

하지만, 2015년 700명 이상이 또 압사로 숨지고, 이번엔 자마라트 다리로 향하는 길목에서 또 압사 사고가 났죠. 시설 보강만으론 안 된다는 얘깁니다.

트레이시 흐레스코 펄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콘서트장 등 어디서나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행사 이전에 주요 이동 경로를 분석하고 병목 요인을 제거하는 등 '압사사고 방지법' 제정돼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프로 바둑 기사 조훈현은 '아플수록 복기하라'고 했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이길 수 있다면서요.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또 다른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참사를 정치 싸움의 도구로 활용할, 바로 그 아까운 시간에 말이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재난 매뉴얼'이 기적 만든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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