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국가의 헌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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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권력에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행정부작위'라고 한다.
이태원 압사참사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는 헌법적 작위의무는 국가에 부여된 기초적인 의무이다.
즉 국가공권력이 재량적으로 판단해 위험방지조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통해 국민이 명령했기에, 반드시 위험예방 조치를 해야만 하는 헌법상 작위의무가 국가에 부과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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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왜냐면] 박규환 | 영산대 법학과 교수(헌법학)
행정권력에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행정부작위’라고 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형사나 민사책임에만 관점을 맞추게 되면 국가책임에 대한 본질이 흐려진다.
이태원 압사참사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는 헌법적 작위의무는 국가에 부여된 기초적인 의무이다. 그리고 그러한 근본적인 헌법정신은 하위법률에서 구체화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에서 “극도의 혼잡”을 위험발생의 방지 대상요건으로 구체화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뉴얼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고위공직자들의 반응은 그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 주었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의 핵심 가치인 인간존엄과 그 당연한 기초가 되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더 구체화한 조항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명백하게 위험에 처할 것이 예견되는 경우’ 국가는 ‘반드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합당한 행위를 하여야 한다. 즉 국가공권력이 재량적으로 판단해 위험방지조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통해 국민이 명령했기에, 반드시 위험예방 조치를 해야만 하는 헌법상 작위의무가 국가에 부과된다는 것이다. 각 고위공직자는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의 무게’에 비례하여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의 ‘중대성’과 그 침해위험의 ‘절박성’에 상응하는 예방조치를 자신의 헌법적 의무에 부합하게 충실히 수행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만 그 재량판단이 헌법적으로 정당화 된다.
우리 헌법은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헌법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였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탄핵심판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헌법적 책무를 해태했음에도 불구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 힘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마련된 것이다.
국가가 압사참사가 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큼에도 ‘극도의 혼잡’ 예방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처음에 언급한 ‘행정부작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권력의 불행사’로 생명권과 신체의 온전성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가 성립해 위헌이 된다. 그리고 관련 고위공직자들은 그 직무집행(부작위를 포함한다)에서 헌법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탄핵절차에 따라 공직에서 파면된다.
꽃다운 어린 영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또 희생되었다. 재발방지대책 목적으로 이번에는 관련 고위공직자들이 단순한 정치적 책임을 넘어 분명한 헌법적 책임을 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제7조 제1항)라는 매우 기초적인 헌법정신이 우리 사회 속에 더 깊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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