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일회용 비닐봉지 근절해 쓰레기가 부르는 죽음 막아야

한겨레 2022. 11.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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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들이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지구의 날을 맞아 ‘고 네이키드, 노 플라스틱’ 캠페인을 열어 일회용 플라스틱 및 비닐 쓰레기에 둘러싸인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내며,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1.5도를 표현하는 1분 50초 눕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왜냐면] 전순영 | 시인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게, 매일 먹고 입고 살아가는 경제다. 그러나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의 목숨이다.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죽음은 우리 곁으로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6년 전 세계적 의학권위지 <랜싯>이 “한국 이대로 가면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오염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과 노동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한국이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클 것이라는 <랜싯>의 예측을 다룬 2016년 국내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멀리서는 우리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를 까맣게 모르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뼈아팠다. <랜싯>의 경고를 들지 않더라도 예방의학과 교수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해 등으로 인해 기형아 발생률이 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쓰고 버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이 1년에 2조원이라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놀랍고 무섭지 않은가? 이 쓰레기 피해로 이 순간에도 우리 오천만 국민의 뇌며 간이며 쓸개 할 것 없이 공해가 점령해서 누가 먼저 발병하는가를 앞에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에서 진료비 지출액이 50조 원을 넘어섰고, 연말이면 10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어느 분야건 한참 실력을 발휘하는 40~50대 중년 인재들이 암으로 죽어간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정부는 어떤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하루속히 공해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는 목숨을 살리고 경제를 좀먹는 악순환의 고리를 끓어야 한다.

아침에 동네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 수북수북 쌓인 비닐 쓰레기 더미를 보게 된다. 저 많은 쓰레기가 매일 탈 때 그 무서운 ‘다이옥신’(발암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공해를 줄이려면 정부가 이것부터 새로운 안을 내서 포장을 재활용으로 만들고, 독일처럼 누드마트를 세제 혜택을 주어가면서 권장해 비닐 쓰레기를 줄여야 하지만 공직자 누구도 그 근처에 가는 눈이 없는 것 같다.

갖가지 산업 현장에서 매연이나 약품 등이 내뿜는 공해도 크겠지만, 그보다 더 큰 공해를 만드는 것은 오천만이 하루 세끼 먹고 마시는 식재료의 비닐 포장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재래시장이나 동네 채소가게 등에서 공짜로 주는 검은 비닐봉지를 포함해 하루에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수억 개의 비닐봉지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인천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 상태가 돼 다른 곳을 찾고 있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해법인 쓰레기 줄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필자가 2018년 폐암에 걸려서 수술받았는데 금년 봄에 재발하여 방사선치료를 받으려니 낮에는 예약된 환자들로 꽉 차서, 밤 열시 이후에나 차례가 된다고 했다. 밤 열시가 넘어 치료대 위에 누웠다가 치료가 끝나고 집에 오면 밤 열두시도 되고 새벽 1시도 되었다. 방사선치료기가 수 십 대씩 줄지어 서 있는데도 날마다 늘어나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밤을 새우는 의료진들을 보면서 <랜싯>의 경고가 맞아떨어지는 우리나라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심히 불안하다.

우리가 다 함께 살기 위한 첫째 조건은 남의 눈에 뜨이는 일이 아니다. 혼자 행하고 자기가 자기를 칭찬하는 일이다. 시장 갈 때는 장바구니를 꼭 챙겨갈 것이며, 아무리 바쁘고 힘들지라도 쓰고 난 비닐봉지를 한장이라도 버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 말려두고 다시 쓰고 남는 것은 채소가게에라도 주는 일이다. 그 일을 실천하는 손길이 많아질 때, 우리는 파랗게 일어서리라 믿는다. 이렇게 무서운 공해를 만든 것은 너도나도 편리함만을 쫓아가는 우리들의 손이었다. 앞으로 정부가 제일 먼저 실행해야 할 일은 일회용 비닐봉지는 희고 검은 것을 가릴 것 없이 봉짓값을 받는 일이다. 어길 때는 무거운 벌금형에 처해서라도 모든 비닐봉지 공짜 사용은 끝을 내야 한다.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을 우리가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겠는가를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중병에 걸린 지구가 살려고 세계 곳곳에 불볕을 쏟아 붓거나 물 폭탄을 쏟아부으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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