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애매한 사과’…“국민 납득할 형식·내용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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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까지였던 국가애도기간 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이란 예상이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관계부처 장관들을 모아둔 회의의 머리발언을 통해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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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공식회의 석상에서 내놓은 발언으로는 참사 발생 일주일여 만에 첫 사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아들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치료 중인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은 물론,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까지였던 국가애도기간 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이란 예상이 정치권에서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관계부처 장관들을 모아둔 회의의 머리발언을 통해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애도기간 동안 합동분향소 조문 등 ‘참배 행보’에 나섰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사과’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뒤 처음으로 사과 뜻을 밝힌 것도 비공개 자리였다. 그는 지난 1일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희생자 빈소를 비공개로 방문해 유가족에게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 사실이 사후에 대변인실을 통해 공개됐다.
야권을 중심으로 ‘공개 사과’ 여론이 일자, 윤 대통령은 종교계 추모 행사의 공개 발언을 통해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4일, 불교 위령 법회)”,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5일, 한국교회 위로 예배)” 등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방식이 최종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사과나 책임자 문책보다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쪽에 윤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분간 별도의 메시지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해외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 발언을 대국민 사과로 보고 있지만, 야당은 “격에 맞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격식을 갖춰 제대로 석고대죄, 백배사죄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애매한 사과’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정도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데, 야당 공세를 의식한 탓에 잘못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방식이나 형식과 내용으로 사과를 하는 게 맞다.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착석 사과’라는 비판에 참사 한달여 만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뒤 사흘 만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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