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태원 참사` 부실대처 질타… 책임자 문책 `동상이몽`
여야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압사 참사' 현안 질의에서 한 목소리로 정부와 경찰의 허술한 대처를 질타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다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달랐다.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겨냥해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책임을 부각했다. 현안 질의에 출석한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책임질 사람 달리 규정하는 여야=여당은 이번 '핼러윈 참사'의 책임 소재를 경찰에 집중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도대체 용산경찰서장이라는 분은 뭐하는 분인가. 이분은 참사가 난지 50분만인 오후 11시5분에 이태원에 도착했고 30분 뒤에 서울청장에게 보고했다"며 "이건 압사 사건이 났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류미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은 112 상황실을 1시간24분이나 비우고 참사 발행 후 1시간46분이 지나 서울청장한테 문자 보고를 했다는데 책임져야 한다"며 "이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 알박기 경찰 인사에서 요직으로 영전된 인물이라는 의혹이 있고, 경찰 하나회 총경들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 초점을 맞췄다. 장 의원은 "관할서장인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이분의 수상한 행적은 미스터리로, 참사를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닌가 싶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참사 방조, 구경꾼, 살인방조에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임재 미스터리를 푸는 게 진상 규명의 첫 번째다. 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를 겨냥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재난 안전 대응체계는 붕괴됐고, 윤석열 정권인사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다"며 "특히 행안부 장관은 안전 및 재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다. 그런데 참사를 예방하기는 커녕 사태를 축소하기 바빴다"고 질타했다.
또 "윤석열 정권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국민 안전에 두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참사 당일에도 경찰력은 집회 시위 대응, 마약 단속, 대통령실 경호 경비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은 "2022년 10월 29일 밤 정부는 없었다"며 "게다가 국무총리는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참사 직후 이 장관은 귀를 의심할 만한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사퇴할 뜻 없는 이상민 장관= 이 장관은 이날 거급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한 적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방과 현장대응, 사후대처까지 장관 책임이 크다. 장관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수습을 위해 빨리 사퇴하는 게 어떠하냐"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과 사의에 대해서 의논하지 않았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도 "국민 여론에 따르면 장관을 더 보고 싶지 않았고 한다"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회의를 기점으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참사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참사를 수습하겠다"고만 했다.
◇주민문자로 '이태원 참사' 알게 된 박희영 구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사실을 주민문자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청장은 이날 "사고가 난 것을 언제 보고 받았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보고를 못 받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놀라면서 "난리가 났는데 보고를 못 받았냐"고 거듭 질문하자, "주민에게 오후 10시 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현장에 공무원은 아무도 안 나갔냐"고 물었고, 박 구청장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열린 용산구청 긴급 대책회의를 부구청장이 주재한 이유에 대해서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관례대로 하겠다고 했고,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고 답변했다.
해당 질문을 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도 단체장 출신(안산시장)"이라며 "이런 큰 행사를 앞두고는 단체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책임도 선다. 그런 관례가 어디있느냐"고 질타했다.
다만 주민 야유회, 바자회에 참석하느라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혹제기에는 "사실이 아니다"며 "야유회는 아침이고 바자회는 점심이다. 딴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청장도 이 장관과 마찬가지로 직을 사퇴할 의사는 없음을 시사했다. 박 청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오늘 불출석' 이임재 용산서장 등 2명 증인 채택= 국회 행안위는 진상규명을 위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16일 전체회의에 출석해야 한다.
이채익 위원장은 "이 전 서장과 류 관리관, 송 실장은 오늘 회의에 출석해달라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요청에도 수사 대상 중이라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며 "이에 이들 3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국회법에 따라 국회 출석 의무를 부여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김세희기자 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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