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늦고, 집엔 언제…” 탈선 여파에 전광판만 3시간 바라봤다

서혜미 2022. 11.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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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의 여파로 7일 케이티엑스(KTX)·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일부 구간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온종일 '열차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20분께, 전국 각지로 열차가 출발하는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은 온종일 붐볐다.

이들 부부는 낮 2시35분 출발 열차를 서울역에서 타야 했지만 오후 5시40분께까지 전광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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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 여파로 온종일 ‘열차 대란’ 일어나
복구됐지만 KTX·무궁화호 등 연쇄 지연에
시민 “미치겠다”…일정 취소·귀가 포기도
7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서혜미 기자

전날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의 여파로 7일 케이티엑스(KTX)·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일부 구간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온종일 ‘열차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20분께, 전국 각지로 열차가 출발하는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은 온종일 붐볐다. 열차를 2~3시간씩 기다리던 시민 다수는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할 만큼 대합실 의자에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지만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열차 안내 전광판을 계속 바라보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코레일 앱만 연신 새로고침했다. 2층 안내데스크 앞에는 승차권을 반환하거나 관련 문의를 하기 위해 시민 5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서울역사가 ‘만원’을 이룬 것은 지난 6일 밤 8시52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복구작업을 위해 일반 열차 228대의 운행을 중지하거나 조정했다.

1년 전 허리 수술을 한 뒤 병원 진료를 위해 2개월에 한 번씩 충북 영동에서 서울로 오는 이아무개(75)씨는 “서울에 올 때도 열차가 세 번 정도 멈춰 서서 병원 예약 시간에 좀 늦었다”고 말했다. 배우자 김아무개(70)씨는 “집에 언제 가느냐”며 연신 “미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들 부부는 낮 2시35분 출발 열차를 서울역에서 타야 했지만 오후 5시40분께까지 전광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7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서혜미 기자

직장인 강아무개(22)씨는 휴가를 맞아 오후 2시21분 동대구행 케이티엑스를 타려고 했다. 강씨는 “승강장에 가니 케이티엑스 대신 무궁화호가 서 있어서 ‘왜 안 오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3시간 넘게 기다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연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보일 때면 자신이 예매한 열차가 언제 출발하는지 묻기 바빴다. 오후 5시50분께, 한 승객이 자신이 예매한 오후 4시20분 열차의 출발 시각을 묻자 이 직원은 “아직 3시 열차도 출발하지 못했다. 최소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며 “지연되더라도 오늘 새벽까지 계속 열차는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예정된 일정을 포기하고 귀가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6시5분께 중도하차하고 승차권을 반환한 직장인 권도은(27)씨는 “행신역에서 1시 반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려고 했지만, 행신에서 2시간을 기다리고 서울역에 3시50분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도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이날과 다음날 대전에서 잡았던 친구·가족의 약속 세 개를 모두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아예 여유롭게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여유롭게 열차 시간을 기다리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바닥에 앉아 검은색 실로 모자를 뜨던 정아무개(46)씨는 “(열차를 기다리는 게) 심심해서 뜨개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얀색 노트북을 켜고 문서를 작성하던 대학생 이유경(22)씨는 “조만간 여행을 갈 예정이라 노트북으로 여행계획을 짜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복구작업을 마치고 정상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사고 여파로 연쇄 지연은 불가피한 상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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