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가슴의 온도는?

한겨레 2022. 11. 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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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쌍둥이 중 한 아기가 심장에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아직 숨은 쉬고 있었지만 의사들은 그 아기가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들은 한 신문 기자가 흥미를 가지고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가진 것이 없는 분인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고아들을 도울 수 있습니까?" 그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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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고진하목사의 불편당 일기]

쌍둥이 신생아들. 사진 픽사베이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쌍둥이 중 한 아기가 심장에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아직 숨은 쉬고 있었지만 의사들은 그 아기가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아기는 병세가 점차 악화되어 사망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한 간호사가 쌍둥이를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병원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병원 방침을 어길 수 없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아기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간호사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자궁에서처럼 두 아이를 한 인큐베이터에 넣기로!

그런데 인큐베이터 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건강한 아기가 팔을 뻗어 아픈 동생을 감싸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동생의 심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기의 체온도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동생은 조금씩 나아졌고, 한 달쯤 지난 뒤에는 두 아이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여 퇴원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조엘 오스틴의 설교집에서 읽은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위에도 따뜻한 포옹을 기다리는 아픈 생명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내미는 애정 어린 손길에는 어머니의 약손처럼 치유의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이 땅에 살게 하신 조물주는 우리를 사랑의 도구로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치료, 구원의 기쁨을 주기를 간절히 바라시지 않을까요.

어디서 읽었는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더 들려드립니다. 매달 고아원을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선 행위를 남에게 드러내기를 원치 않아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들은 한 신문 기자가 흥미를 가지고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기자는 그 사람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소유의 집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사는 집을 찾아낸 기자가 그를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가진 것이 없는 분인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고아들을 도울 수 있습니까?” 그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많은 소유를 지녔다고 많은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비를 베푸는 데 필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가슴의 온도니까요. 자비를 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마음속에 어떤 난로를 넣고 사느냐에 달린 것이지요.”

필자 고진하 목사 시인과 부인 권포근 잡초요리 전문가. 사진 조현 기자

이 일용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무거운 소유욕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로지 물질욕에 사로잡혀 살면 그 욕망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런 이들의 가슴은 늘 얼음장처럼 싸늘합니다. 가슴이 싸늘한 이들은 가난하고 아픈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의 정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물주가 주신 가슴의 온도를 잘 활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물주가 창조할 때의 자비의 유전자를 잘 간직한 분들. 일용직 노동자처럼 뜨거운 난로 같은 가슴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쌍둥이 아기 중에 건강한 아기가 아픈 동생을 포옹해 살리듯이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는 자비를 베풀어야 할 대상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비의 바다에서는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글 고진하 목사 시인·원주 불편당 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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