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가득찬 조문품…훼손 우려에 위생문제도
거리 가득 놓인 조화·음식·편지
조화는 뭉개지고 음식 부패 가능성도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관리 나섰지만
“왜 치우냐”는 시민의 항의에 쉽지 않아
거리 가득 놓인 조화·음식·편지
조화는 뭉개지고 음식 부패 가능성도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관리 나섰지만
“왜 치우냐”는 시민의 항의에 쉽지 않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시민 추모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가져온 조문품들을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있지만 조문품 훼손 우려와 음식물 부패로 인한 위생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이 지난 7일 오후 이태원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부터 사고 현장 입구 곳곳에는 시민들의 추모글이 적힌 포스트잇과 조화, 각종 음식 및 술 등이 놓여 있었다. 부족한 자리로 인해 역 계단 벽부터 출구 안내판, 역 인근 건물 유리벽까지 추모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고 길가에 죽 놓인 조화는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
하지만 좁은 길에 관리 주체도 애매한 상황에서 조문품이 쌓이다 보니 추모 공간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이태원역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사고 직후 한 시민이 봉사를 시작하면서 이십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가능한 시간대별로 서너 명씩 조를 짜서 관리하고 있다. 용산구청이나 특정 단체가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고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와서 추모하고 가는 공간이다 보니 구청에서 개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용산구청 관계자는 “항상 구청 직원들이 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이다보니 섣부르게 개입하기 어렵다”며 “자원봉사자분들이 구청 인력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 대비해 구청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들도 계속해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추모 공간에 조문품들이 더 쌓일 경우 통행을 방해하거나 음식물 부패로 인한 위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조화가 시들면서 조화 뭉치가 무너져내리고 음식물이 썩어 봉사자들이 여러 차례 정리했다. 또 사람이 없는 늦은 밤과 새벽 시간대에는 음식물 근처에 비둘기와 벌레 등이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은 “왜 마음대로 버리냐”며 항의하는 시민도 있어 조문품을 마음대로 정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방문해서 조문하는 물품이라 마음대로 정리할 수 없어 최소한으로만 관리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가 오면 포스트잇들이 다 젖을까 우려돼 미리 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시민이 이태원 현장에 추모를 위해 방문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6일까지 이태원역에 하차한 승객은 8만9729명에 달한다. 중복 방문객과 추모 목적이 아닌 시민도 많지만 추모기간 동안 상가가 닫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추모객이 다녀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합동분향소가 서울 시내에 마련돼 6일까지 운영됐고 용산구 합동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지만 현장을 직접 방문하려는 시민들도 여전히 많다.
이날 추모 공간을 찾은 주부 최모 씨(55)는 “우리 딸 나이대 청년들이 너무 많이 죽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며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 직접 현장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이태원역을 찾았다는 캐나다인 에스가르도(42)씨는 “캐나다에서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많이 충격을 받아서 직접 보고 싶어 방문했다”며 “사고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니 길이 정말 좁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희생돼서 더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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