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용산서 상황실, 참사 발생 51분 지났는데 “구급차 서너대만 보내달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구급차 서너대 정도는 더 필요한 것 같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6분. 스스로를 ‘서울 용산경찰서 상황실’이라 밝힌 경찰관 A씨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시각은 참사가 발생한 지 5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 중이라는 얘기도 있고, 지원 좀 부탁한다”던 A씨가 소방에 요청한 구급차 수는 단 3~4대. 같은 시각 참사 현장에서는 30여명이 의식을 잃고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었고, “사람이 죽어간다”는 신고가 경찰과 소방에 쏟아졌다.
7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입수한 참사 당시 119신고 녹취록 87건 중 경찰과 소방간 통화는 2건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선 경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가 참사 현장에 고작 구급차 서너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A씨는 “신고가 들어와서 아시겠지만, (해밀톤)호텔 쪽에 사람들 의식도 없고 그런 상황”이라며 “경찰들도 다 (현장에) 가있는데 민원이 많아서, 혹시 구급차 더 지원 가능하냐”고 했다. 이에 소방은 “지금 저희 구급차가 얼마나 나가있는지는 아시는 거냐”고 물었다. A씨는 “영상은 봤는데 현장에서는 (구급차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서너대 정도는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때 소방은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할 인력이 크게 부족해 다른 지역에 구급 인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A씨와 소방의 통화가 마무리된 지 3분이 지난 시점인 오후 11시9분 용산소방서는 참사 현장에 구급차 30대를 빨리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본부에 넣었다. 오후 11시34분에는 용산소방서에서 경기지역 소방에 구급차 34대 지원을 요청했다. 오후 11시45분에는 인천소방서 소속 구급차 10대가 참사 현장에 출동했다.
참사 발생 후 소방에 접수된 경찰의 첫 번째 119신고도 문제였다. 경찰관 B씨는 참사 발생 13분 후인 오후 10시28분에 전화를 걸어 “지금 (이태원 현장에서) 압사당해 넘어지신 분이 있는 것 같다. 거기가(참사 현장이) 좀 더 급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소방이 “그곳 상태가 확인되느냐”고 묻자 경찰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B씨의 모호한 대답에 소방은 재차 “경찰관 분 현장에 계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B씨는 “현장에 계신 분 연락처를 알려드리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13분이 지난 뒤에도 경찰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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