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공포에 떠는 中企] 연 5%이상 이자내는 중기 3 → 41% 폭증… 흑자기업마저 도산 우려

박정일 2022. 11. 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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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연 2%서 최대 10% 치솟아
대출잔액 948조… 이자부담 가중
흑자기업 도산땐 '연쇄부도' 위험

"다음달 만기가 돌아올 100억원을 은행에서 재대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축은행까지 두드려봤지만,연 4.5%에 쓰던 금리를 연 11%에 빌려가라니 올해 영업이익을 다 까먹게 생겼어요."

7일 경상북도 경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H사 K 대표(57)는 익명을 요청하면서 "매출급감으로 휘청거리는데다 금리부담까지 현실화되면 말그대로 중소기업들은 '압사'를 당할 게 불보듯 뻔하다"며 한숨을 연이어 내뱉었다.

그는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똑같은 하소연을 한다"며 "정부나 금융권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줄부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걱정했다.

한국경제의 뿌리 역할을 해온 중소·중견기업들이 금융·신용경색의 유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중소기업들이 자금 융통을 위해 받았던 대출 만기가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쏟아지는데, 2020년 당시 연 2%대까지 떨어졌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현재 연 5%를 넘었고, 연10% 이상으로 치솟은 곳도 있다.

대구에 있는 한 경제단체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가면 대부분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하는데, 요즘 들어 기보나 신보가 보증한도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보증한도는 한정돼 있는데 대출을 요구하는 기업들은 늘고 있어 이를 고루 나누려다 보니 은행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기업들은 1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한계기업 뿐 아니라 자칫 흑자기업까지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 선을 웃돌 전망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이 11.04%, 신용협동조합이 5.43%, 상호금융이 4.88%, 새마을금고가 5.34%로 9월 기준으로도 이미 5%대를 넘어섰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올 9월 말 현재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조2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231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숫자다.

이들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5% 이상의 고금리 부담을 떠안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5% 이상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1년 전에는 전체의 3% 수준이었는데, 올 9월에는 40.6%로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회사채라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지만, 중소기업은 돈을 빌릴 때가 은행 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은행에 몰리면서 금리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자금을 쓰다가 만기(1~5년)가 됐을 경우, 시설자금으로 다시 빌릴 수 없어서 운영자금(1년 만기)으로 빌린다"며 "이 경우 금리는 최소 1%p는 더 오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행권 대출금 중 1년 운영자금 비중이 60~70%에 해당되는데, 금리인상이 된 게 6개월 전부터라서 앞으로 6개월 뒤에 기업들이 금리인상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그 동안 담보대출은 연 4.5%, 신용대출은 6.5% 정도였는데, 이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만큼 현실화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도산하거나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3.75~4.00%)가 한국 기준금리(3.00%)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오는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중 기준금리를 0.5%p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기준으로 2.3%이고,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4.9%다. 모두 현재 은행금리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대출이 막히고 대출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흑자 기업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근 '복합 위기 장기화 대응 전담조직(TF)'을 발족하고 연말까지 현장 점검과 대책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쇼크(충격)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민심을 수집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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