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완화되나 … 美 중간선거 앞두고 현대차 반등
IRA 유예법안도 잇달아 발의
두달새 17% 빠진 기아도 반등
현대차 하루만에 4% 급등
PER 5~6배…주가도 매력
경기침체로 수요감소는 불안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급등했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지난 8월 시행된 이후 짓눌려온 주가가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우세를 보일 경우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IRA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3.99%(6500원) 오른 1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도 2.76%(1800원) 상승한 6만7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3.36포인트(0.99%)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주가가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주가 상승에 8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하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원의 경우 하원에서만큼 공화당의 우위가 뚜렷하진 않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선거 이후 의회 내 역학 구도는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입김이 강해진다고 해서 IRA가 폐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법안 시행이 유예돼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IRA 등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정책을 엄격하게 적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은 미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생산 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소재·부품은 외부 생산 및 조달을 일부 허용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독일 자동차기업 BMW의 전기차 투자계획 발표 기념행사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대외 구매 이슈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공장이 몰려 있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의원들이 IRA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민주당 소속인 테리 슈얼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지난 5일 '미국을 위한 저렴한 전기차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개시된 북미 최종 조립 규정 시행을 2025년 12월 31일까지 연기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9월 민주당 소속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막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립할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당분간 미국 경쟁사들에 비해 판매에서 역차별을 받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실제로 지난 8월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9월에만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9월 초 20만원대 초반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최근 16만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 대형 증권사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는 "IRA로 인해 자동차주가 너무 빠졌다"며 "IRA가 중간선거 이후라고 해도 없어지진 않겠지만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유예되는 데까지 연결되면 현대차와 기아가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주가가 워낙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도 향후 투자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로 꼽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6.4배에 불과하다. 내년 이익 수준을 고려한 PER도 5.2배 수준이다. 현 주가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유예된다고 하더라도 완성차 주가는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완성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자동차 수출량이 어느 정도 유지돼 실적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향후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조정을 받고 있는 부분도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소비 위축이 시작되며 차량 생산 증가와 신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 재고와 인센티브(완성차 기업이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 장려금) 정상화(상승)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은 감소할 것이란 의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 전기차 등으로 대변혁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기존 차 산업 경쟁 관계로 전망을 내놓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혁신을 따라잡느냐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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