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개설 20일 제한에 … 허탕치는 '예금 유목민'
단기간 다수계좌 제한 발목
휴일 포함 땐 한달 기다려야
직장인 김윤희 씨(33)는 지난달 한 저축은행에서 판매한 금리 연 4%대 예금에 가입했지만 급격한 예금 금리 상승으로 최근 연 6%대 예금이 흔해지자 후회했다. 한 금융사에 새 통장을 개설하면 20영업일이 지나야 다른 금융사에서 새 통장을 만들 수 있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규제 때문에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다. 김씨는 "빨리 옮겨 타고 싶은데 20영업일 이후에 가능하다니 답답하다. 공휴일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한 달을 기다리는 셈"이라고 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증권사 등 모든 금융권에서 두고 있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규제 때문에 고금리 상품 가입을 시도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제는 대포통장을 근절하고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2010년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행정지도다. 2020년 공식적으로는 폐지됐지만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예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이 규제가 예금 재테크족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개설 제한 대상이 되는 계좌는 수시입출금통장이지만, 통상 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면 해당 금융사에서 입출금통장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예금 가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고금리 특판 상품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지만 바로바로 예금을 갈아탈 수 없는 셈이다.
이 제한은 금융권과 무관하게 적용된다. 1금융권 은행에서 새로 계좌를 만들었다가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새 계좌를 트려고 해도 20영업일 이내라면 계좌를 만들 수 없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중은행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면 다른 곳에서 새로 계좌를 튼 지 20영업일이 지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해주기도 한다.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개설 제한을 엄격하게 준수하지만, 제한을 받지 않고 여러 예금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직접 지점에 방문하면 계좌 개설 날짜 제한과 무관하게 '금융거래한도계좌'를 만들고 정기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이체 한도가 300만원 수준으로 작다 보니 한도보다 큰돈을 예치하려면 현금을 들고 지점에 가야 한다. 최근 특정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특판을 벌이자 영업 개시 전부터 영업점에 긴 줄이 늘어선 '오픈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비대면 전용 보통계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중앙회 앱 SB톡톡플러스에서 이 계좌를 만들면 20일 제한 없이 여러 곳의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상호금융권은 상황이 다르다. 신협은 각 조합을 직접 찾아가도 비대면 가입 때와 동일하게 20일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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