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 게임 체인저 美…한국의 에너지 위기 대응법

김효선 2022. 11. 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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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김효선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연세대 이과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자원경제학 박사, 현플랫폼파트너스 고문, 현 화성산업 비상임이사, 전 경희대 국제대 겸임교수, 전 대통령 직속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2006년 미국 상원에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렸다. 이때부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미국의 전략적 자원이 됐고 2011년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미국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등장’ 보고서는 미국을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었다.

2011년은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로 기후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상들이 더반에 모여 신기후 체제에 대해 정치적 합의를 끌어낸 해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2011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던 해다. 그러니 미국의 셰일 자원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강력한 무기로 등장했다. 

그러나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다. 코넬대가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수질 오염이 결과적으로 물 부족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 안보를 위해 등장한 셰일이 기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셰일을 자국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했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글로벌 가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첫째가 바로 공급 여력이다. 둘째는 시장 플레이어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천연가스는 러시아, 카타르에 의해 좌우됐다. 이 두 국가의 매장량이 40%를 차지하므로 파이프라인 가스는 러시아, LNG는 카타르의 물량에 의존하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미국 가스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카타르는 물론 러시아까지 긴장하게 됐다. 러시아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북극 LNG를 개발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가즈프롬에 이어 노바텍 등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LNG 계약에 유연성을 부여했다. 유가와 환율에 연동하고 수요처를 고정하는 방식에서 헨리허브 가스 가격에 연동하고, 도입 라인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용이해졌다. 

러시아와 중동의 가스 매장량은 60%를 차지한다. 미국의 가스 매장량은 전 세계 4위지만 그 비중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전쟁터로 바꿔놓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아니면서도 OPEC 증산에 개입하고,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자극했다. 그러면서 지불 통화인 달러는 더 강해졌다. 

어떻게 5%의 매장량으로 미국이 LNG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생산성으로 대표되는 기술에 있다. 전통 가스가 아닌 셰일가스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이 대목에서 왜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고 러시아와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는지 이해될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을 대체할 시장을 아시아로 봤고, 아시아는 미국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이다. 그런데 중국·러시아 연대가 미국으로서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만약 미국에 셰일 자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미국은 유가 하락을 부추겼을 것이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공급망 대란은 고유가의 원인이 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LNG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가스 공급망 허브의 수혜를 누려왔던 독일은 졸지에 에너지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전락했다.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LNG 확보를 위해 에너지 외교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슬슬 우리의 겨울이 걱정됐다. 올겨울 LNG 물량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강달러와 고유가, 여기에 이제 천연가스 가격까지 걱정해야 한다.

지난 1년 사이에 LNG 현물 가격은 100만BTU(25만㎉를 내는 가스양)당 20달러(약 3만원) 수준에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 모두 각각 90달러(약 13만원)와 80달러(약 12만원)를 경신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 1달러까지 하락하다 9달러를 찍고 현재 7달러 이내를 오간다. 반면 유럽 배출권 가격은 연초에 이산화탄소(CO₂) 1t당 90유로(약 13만원)를 기록하다 경기 침체로 60유로(약 9만원)를 전전하고 있다. 

천연가스 현물 가격을 추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천연가스의 동고하저(冬高夏低) 특성 때문이다. 겨울에 급증하는 수요를 현물로 채워야 한다. 즉 한파가 오면 현물을 찾는 바이어가 급증하면서 9월 한 달 50~60달러 하는 LNG 가격은 그 끝을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지정학적인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저장 탱크가 부족한 국가는 주변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즉, 자원 확보도 문제지만 설비 확보도 시급해진다. 중국이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러시아에서 물량을 받고 싶지만 저장 설비가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주변국을 통해 돌려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저장 설비를 확대해왔다. 지진대가 지나가지 않는 장점 덕에 에너지 허브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그렇다면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2000년 초 미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셰일로 글로벌 LNG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었듯이 우리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과 전략을 혁신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 포트폴리오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탈석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전의 해외 자산 중 석탄발전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자산 매각은 신중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공급망의 그린 인프라에 눈을 떠야 한다. 수소(hydrogen) 그룹에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삼 형제가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영국의 BP가 제시한 에너지 전망에서 이들의 2050년 수요는 육로 부문이 10%, 해운과 항공 부문이 90%에 달한다. LNG벙커링(LNG를 선박용 연료로 주입하는 행위)에 대한 관심을 글로벌하게 확장하자. 수에즈운하의 그린 포트 사업은 에너지 공급망의 거점을 확보해 줄 것이다. 셋째, 에너지 외교의 지위고하는 없다. 2006년 미국과 인도가 원자력 협력을 진행하자 당시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가 당장 달려갔다.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본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그린 에너지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에너지 외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자. 

11월은 아주 바쁜 한 달이 될 것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있고, 카타르 월드컵이 있다. G20과 COP27은 지속 가능 성장에 대한 철학, 정책 그리고 전략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다. 국가 안보 전략과 에너지 외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업계의 미수금이 증가 추세에 있다. 

다행히 요금 인상 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남았다. 국민을 설득하는 키는 의외로 간단하다. 즉, 에너지 안보를 위한 투자 계획과 에너지, 기후 안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길밖에 없다. 투자 없는 에너지 안보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과 소통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하지만 좀 더 공격적으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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