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됐지만 고금리가 시장 정상화 발목
10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정책(10·27 개선책)을 발표했다.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에 한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을 추진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기준을 주택 가격, 지역과 무관하게 50%로 단일화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대출이 완화되더라도 지금 같은 고금리가 지속하는 한, 부동산 시장에서 반전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의 영향 요인은 공급 부족, 유동성 증가, 저금리 기조,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매수자가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대출 금리가 폭등하며 가격 조정이 시작됐다. 그동안 과도한 상승으로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경착륙하면 그때부터 경제 전반으로 확대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21년 7월 0.5%였다. 그런데 1년 3개월 만인 올해 10월에는 3.0%로 급등, 무려 2.5%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전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로 전이되는 비중이 대략 절반(?) 정도였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은행권은 기준금리 상승분 대부분을 대출 금리 인상에 선반영했다. 금융 당국은 이 과정에서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별달리 대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2020년 평균 2.5%에 불과했던 은행 예금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올해 9월 4.79%로 급증했다. 기업과 가계 대출 전체를 포함하면 4.71%다. 이 추세라면 연말에 5%를 넘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가계 부채(가계 신용)는 올 2분기 기준으로 1869조원이다. 그중 1001조원은 주담대다. 은행권이 약 750조원이고, 비은행권이 250조원가량이다. 은행권 주담대가 5%일 경우 비은행권은 약 1%포인트 높은 6% 수준이고, 신용대출은 약 2%포인트 높은 7%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고금리로 내몰린 취약 계층의 대출 부실이 가장 우려된다. 더 나아가 대출 부실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으로 확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경색될 수 있다.
주담대도 이 정도면 과거 10여 년 전 ‘하우스푸어’ 시절의 금리로 회귀한다. 하지만 종전과 같은 금리인 5~7% 수준이라고 해도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의 대출 체계는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중심이었다. 모두 60% 수준으로 운용됐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기준이다. 둘 간의 차이는 크다. DTI도 소득 대비로 상환 능력을 계산하지만 주담대만 원리금을 반영하고 신용대출은 이자만 포함한다. 아울러 대출 금리가 올라 상환에 어려움이 생기면, 별도의 신용대출을 받아 대응하는 등 보전이 가능했다. 또한 주담대는 거치 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을 3년 또는 5년간 운용, 초기 상환 부담도 크지 않았다.
DSR은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소득 대비로 산정한다. 그 비율은 40% 수준으로 DTI와 비교하면 20%포인트나 낮다. 한마디도 소득이 적은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손발이 묶여 대응력을 상실할 정도로 강력하다. 게다가 신용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은 받기 어렵다. 가계 부채 축소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대출 금리가 1년여 만에 3%포인트 이상 급박하게 오르게 되면 시장은 대응력을 상실한 사례가 많았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2008년 금융위기, 일본의 버블 붕괴 상황도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당장 과도한 대출을 동원해 주택 매입에 나선 ‘영끌족’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위축 상황을 회복하지 못한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은 난감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은 대출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금융기관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운용도 점검이 필요하다.
대출 규제는 가장 손쉽게 부동산 시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이다.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융 당국의 의지만으로 즉각 실시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강력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문제는 당장 최악(?)의 시점이 도래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종전 활황기처럼 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DSR(은행권 40%)제도는 합리적이지만, 그 비율은 융통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DTI(은행권 60%)보다 강력한데도 그 비율을 더 낮게 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 은행권 비율을 60~70%로 상향해야 한다.
특히 젊은층은 미래 소득은 증가하지만 당장 소득은 한계가 있는 만큼 상향해야 한다. 물론 이때도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금리 인상기 상환 능력을 점검하고, 그래도 꼭 필요한 경우에 활용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를 뺏지 않고 주거 안정을 기할 수 있다. 정부가 10월 27일 발표한 10·27 개선책에도 이 부분은 없다.
후속 조치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금지는 다행히 개선됐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에 대해서는 허용(LTV 50%)한다. 다만, 실시 시기를 2023년 초로 미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현실에서는 서울 마포 같은 중산층 지역 전용 60㎡(25평) 아파트 가격이다. 물론 소형 평형이 너무 오른 것도 문제지만, 획일적인 대출 금지는 재산권 침해다. 특히 DSR 체계가 운용되고 있는 상태에선 그것으로 충분하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10·27 개선책에서 분양 가격 9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 금지를 12억원 초과로 상향했다.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반 매매 시장을 통해 직접 사는 방법과 청약제도를 활용, 분양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출에서 둘 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 매매에서 15억원 초과를 폐지했으나 분양에서는 상한선 조정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데 그쳤다. 당첨자 대부분이 무주택자인데 어려움이 더 가중된다.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
지금 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은 미래의 주택 공급 물량이 미뤄지거나 사라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가뜩이나 3~5년 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질 확률이 높다. 대표적인 공공택지인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물량이 입주하기 전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부동산 금융 안정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전월세 전환율’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이것도 이자율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전세 자금 대출 금리보다 낮을 수 있지만, 지속한다는 보장이 없다. 아울러 세입자 보호를 위해 월세 소득 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조정해야 합리적이다. 또한 전세 자금 대출을 저리로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모든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규제 기준이 되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서둘러야 한다. 해제 기준에 들었는데도 유지할 이유는 없다. 수도권이라도 마찬가지다. 지정을 해제하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기우다. 지정 기준에 부합하면 다시 지정하면 된다.
위기 국면이므로 가격 급등기에 실행된 과도한 규제는 정상화해야 한다. 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대출 규제는 과감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그 후 판단은 소비자와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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