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상전벽해 … 最古 시범아파트, 65층 最高 랜드마크로
재건축 초고층 시대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국내 최고층 재건축 단지로 탈바꿈한다. 시범아파트 재건축이 최고 65층까지 허용되면서 여의도 일대 스카이라인이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7일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최대 65층·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비계획은 향후 열람공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1584가구 규모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다. 오랜 기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2018년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논란 등으로 사업이 보류된 바 있다.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말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통상 일반 정비사업에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절반 이상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시 기획안대로 시범아파트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여의도 일대 스카이라인이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시범아파트에서 63빌딩과 가까운 동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까지 들어설 수 있다. 기획안에 따르면 한강 석양 조망을 위해 학교 주변은 중저층으로 배치한다. 서울시는 기존 63빌딩(높이 250m)이나 파크원(333m)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200m 내(최고 60~65층)에서 'U'자형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계획지침을 마련했다. 이 구상대로 65층이 추진되면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건축물로 자리매김한다.
시범아파트가 '초고층 아파트'로 다시 태어날 길이 열린 만큼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 역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신통기획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되기 때문에 인근 아파트들의 신통기획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그동안 '35층 룰'을 폐지한다고 했지만 실제 서울시 차원에서 통과된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층고 제한이 풀린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5년 완공된 여의도 대교아파트(576가구)는 조만간 서울시에 신통기획 참여를 신청할 계획이다. 당초 이곳은 주변에 있는 화랑아파트·장미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단지 간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것보다 신통기획으로 '단독 재건축'을 진행하는 게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하고 지난달부터 동의서를 받아왔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이날 "주민 50% 이상에게 동의서를 받았다"며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조만간 신통기획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40층부터 최고 62층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를 그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7년 준공된 여의도 목화아파트도 신통기획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목화아파트는 지난 9월 영등포구청에서 여의도 노후 아파트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목화아파트는 현재 정비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목화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우리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돼 용적률 400%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미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여의도 삼부아파트는 최근 도시정비업체 선정을 끝냈다. 1975년 준공된 삼부아파트는 총 866가구로 이뤄져 있다. 삼부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연내 정비계획안 밑그림을 그린 후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서울시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1975년 건설된 한양아파트(588가구)도 신통기획 적용 단지다. 한양아파트는 용적률 600% 이하, 최고 50층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주민과 함께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서울시가 이번에 확정한 신통기획안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기준으로, 주민들이 이를 토대로 정비계획 입안을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계획이 확정된다.
변수는 침체된 부동산시장이다. 서울시가 최고 65층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실제 65층으로 재건축이 이뤄질지 여부는 주민 선택에 달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3종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저층부에 복합시설을 배치하면 도시기본계획 변경에 관계없이 50층 이상이 가능하다"며 "국제금융지구인 여의도에 허용된 높이 200m 내에서 몇 층을 올릴지는 주민들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50층 이상으로 짓게 되면 사업비도 상승하고 초고층 빌딩으로 인정돼 적용되는 규제가 늘어나겠지만 시범아파트는 용지도 넓고 가구 수도 많은 데다 입지가 워낙 좋아 65층으로 지어도 사업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시범아파트가 한강과 가깝다는 위치적 이점을 살려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의 민관합동 선도 모델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여를 활용해 한강의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데크와 문화시설을 갖춘 수변 문화공원을 조성하고 문화공원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입체 보행교도 조성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그간 시범아파트 재건축이 부침을 겪으며 장기간 표류해왔으나 선제적인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를 통해 한강변 주거단지 재건축의 선도 모델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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