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무색해진 물가정점론, 대책부터 다시

박지영 2022. 1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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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백수 상태로 언론사 입사 준비를 했을 때 가장 도움을 줬던 곳은 모교 구내식당이었다.

집에서 용돈 받아 공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인 물가인상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오른 원재료 가격을 모두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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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백수 상태로 언론사 입사 준비를 했을 때 가장 도움을 줬던 곳은 모교 구내식당이었다. 집에서 용돈 받아 공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취생이었기에 한 끼에 2000원이 채 안됐던 구내식당은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약하면서도 영양균형을 맞춘 밥을 먹을 수 있는 최상의 장소였다.

그런데 이제 구내식당 가격마저도 5000~7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전방위적인 물가인상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백수 시절 끼니 부담은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상황이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물가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사회초년생들은 월급은 제자리인데 전세대출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힘들다고 한다. 가처분소득이 줄었으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휴대폰 요금제를 조정하고 배달 앱을 지우기도 한다. 고물가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이런 서민들을 걱정해서인지 정부가 식품업계의 연이은 가격인상에 경고장을 들었다. 가격인상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른 원재료 가격을 모두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임원은 "사실 우리가 올리는 가격은 몇백원 수준인데 대출금리나 전기요금, 교통비 등과 비교하면 생활비에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는 불만을 털어내기도 했다.

사실 맞다. 라면이 100원 올랐다 치면 매일 먹는다 해도 3000원 더 오르는 수준이다. 식품업체가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질까. 문제는 여기서다. 식품업체에 날린 경고말고는 정부의 뾰족한 물가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발간한 월간소비자 10월호에 따르면 정부가 물가안정 정책으로 추진 중인 수입농축산물 할당관세 정책, 수매비축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는지에 대해서는 73%가 '체감 못한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은 이미 무색해졌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 기대인플레이션 등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곳곳에 있다. 특히 물가상승의 여파는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은 곳일수록 더욱 타격이 크다.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꼼꼼히 살펴야 할 때다.

aber@fnnews.com 박지영 중기생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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