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경찰 대대적 혁신…책임있는 사람에게 책임 묻겠다"(종합)
인파 관리 강화에 방점…"안전관리·보고체계 전반적 제도적 검토"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직후의 중대본 회의를 제외하고는 첫 공식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아들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믿을 수 없는 참사 앞에서 여전히 황망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정부는 이번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산업재해, 재난재해는 그 중요성을 감안해 다른 기회에 이러한 점검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 부처와 기관, 지자체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인파 관리 긴급구조시스템'을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사고가 인파 관리,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졌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특정 시설이나 대상뿐만 아니라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난 대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상황이 바로 인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파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차로를 차단하는 등으로 인파의 점유공간, 통행공간을 넓혀 인파의 밀집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지하철, 쇼핑몰, 경기장, 공연장, 도로 등 인파 운집 장소와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안전관리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완벽한 매뉴얼을 준비했더라도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하게 전달, 공유되지 않는다면 적기에 필요한 조치가 실행될 수 없고, 이런 비극은 다시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신속한 보고체계에 관해 전반적인 제도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경찰 수뇌부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즉시 경질하라는 요구가 제기되는 데 대해 '진상규명 후 문책'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관리체계의 전반적인 혁신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 제가 책임지고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아픔과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치료 중인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라며 "이태원 참사와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국가안전시스템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대통령실이 사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제도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이건 납득이 안된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건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며 "시스템이 안 되고 제도가 미비하다는 얘기는 여기에는 안 맞는 것 같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범죄 신고인 경찰의 112와 구조 신고인 소방의 119를 통합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긴급 전화가 완전히 분리된 채 운영되고 112는 행안부와도 연결되지 않아 협업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일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중요 사건의 경우 한 번에 모두에게 전파되는 중첩 보고 시스템을 포함해 여러 조직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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