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 미사일 쐈다는 北 … 한미 떠보나
미사일 좌표까지 구체적 제시
軍 "탐지된 것 전혀 없다"
유령미사일로 기만전술 분석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맞서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이 지난 2일 울산 앞바다 80㎞ 부근 동해 공해상에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군이 당시에 탐지·공개했던 속초 인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 외에 포착된 것은 없다고 확인돼 북한의 '기만전술'로 추정된다.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는 자신들이 지난 2~5일 실시했던 미사일 무력시위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 보도하며 한미에 대한 대결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남조선(한국) 지역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낙탄 지점의 자세한 좌표까지 제시했다. 당시 군이 울릉도 방향으로 NLL을 넘어 날아온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NLL 이북 공해상에 '슬램-ER' 공대지미사일 등을 발사해 응수하자 재차 무력시위를 펼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감시, 정찰 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북한이 쏘지도 않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하며 기만전술을 펼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실제로 이번에 공개한 것처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면 한미 감시·정찰 자산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힘을 받는다. 북측이 언급한 순항미사일 사거리 590.5㎞는 발사 원점인 함경북도에서 북측이 주장하는 낙탄 지점인 울산 앞바다와는 거의 직선거리에 해당한다. 비행 중 경로를 이리저리 바꾸며 요격과 탐지를 회피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살릴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일 당시 동해상에서는 해군 이지스급 구축함이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각지에 산재된 미사일 탐지 시설도 정상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감시·정찰 자산이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느리게 날아오는 북측 순항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 관점이다.
그럼에도 북측이 이날처럼 '유령 미사일'을 동원해 사실상 기만전술을 펼친 의도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 연합전력의 탄도·순항미사일 탐지 능력을 떠보면서 한국 내 불안감을 가중시키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측이 이번에 대표적인 산업 시설과 원유 비축기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울산을 잠재적 타격 목표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북한이 내놓은 공개 보도에는 향후 한반도 긴장 국면에 대한 우회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한미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일지를 공개한 것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없는 한 군사적 대응 조치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간접적 메시지"라고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발사, 7차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오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전후해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쏘고 12월부터는 연말 결산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한은 "지난 2일 평안북도 지역 미사일부대에서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확산탄) 전투부(탄두)와 지하침투전투부(관통탄두·벙커버스터)를 장착할 전술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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