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홍콩서도 꽃 피울까
쿠사마作 최대 크기 '호박' 출품
29일 211억 규모·84점 내놔
韓작가 위해 'K아트 나우' 기획
테츠야·리히터 작품 등도 눈길
亞 등 해외 컬렉터 공략 기지개
서울옥션(063170)이 홍콩경매를 재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7월 경매를 끝으로 홍콩 현지에서의 전시를 전격 중단한 지 2년 반 만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9일 제33회 홍콩경매를 열고 총 84점 약 211억원 규모의 작품을 출품한다고 7일 밝혔다.
실제 경매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되지만, 앞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홍콩 그랜드하얏트에서 주요 출품작 전시가 진행되고 홍콩 현지에 응찰 카운터를 마련해 경매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홍콩경매 재개’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경제지표의 부정적 신호와 유동성 위기론으로 미술시장이 조정 분위기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희소성 높은 수작으로 자금력 있는 컬렉터들을 공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빚투'와 ‘영끌'의 여파가 투매로 이어진 부동산과 달리, 미술시장은 자산가들의 구매력이 여전히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올해 경매 최대 규모인 211억원의 출품작 추정치가 이를 방증한다. 2008년 7월 국내 미술품 경매사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서울옥션은 그해 10월 홍콩 법인 설립과 함께 홍콩진출을 시작해 한국 미술시장의 외연을 확장했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 상황에서도 현지 경매를 멈춘 적 없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4월부터 글로벌 미술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와 손잡고 ‘온라인 라이브 경매’로 홍콩경매를 대체했다.
재개된 이번 홍콩경매의 꽃은 일본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2014년작 ‘호박(OTRSSA)’이다. 112×145.5㎝ 크기(80호)로, 국내 경매에 나온 쿠사마의 호박 시리즈 중 최대 크기다. 시작가는 80억원으로, 팔리면 올해 국내 경매사 최고가 낙찰작이 된다. 지난해 크리스티 홍콩에서 이보다 작은 녹색 ‘호박’이 약 50억에 팔렸고,130x130cm의 노란 ‘호박’이 약 115억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이 올해 거래를 성사시킨 쿠사마 작품으로는 지난 2월 44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간 조각 ‘무한대의 그물 속으로 사라진 비너스상’을 비롯해 8월 경매에서 22억원에 거래된 노란색 ‘호박’, 7월 대구경매에서 19억 5000만원에 팔린 10호 크기 녹색 ‘호박’ 등이 있다. 12일부터 홍콩의 현대미술관 M+(엠플러스)에서 대규모 쿠사마 회고전이 개막할 예정이라,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경매라 해외작가 출품작이 눈길을 끈다. 32세 나이로 요절한 작가 테츠야 이시다(1973~2005)의 1996년작 ‘휴대전화 로봇과 노트북 소년’(이하 추정가 5억5000만~10억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이시다는 장기침체의 일본에서 취업을 포기한 채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세대인 ‘로스제네’를 주인공 삼아 기계화 사회의 부속으로 전락한 인간의 슬픈 현실을 그렸다. 지난해 국내 아트페어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이번 작품은 휴대폰에 복종하는 로봇과 그 어깨에 걸터앉은 소년을 담고 있다. 올해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비슷한 크기 작품이 약 14억 원에 낙찰됐다.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일본 후지산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1996년작 ‘후지’(6억3000만~10억원)에 나왔다. 요시토모 나라가 재즈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앨범명에서 제목을 따온 ‘카인드 오브 블루’(9억~14억원)도 만날 수 있다.
한국작가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 온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를 위해 ‘K아트 나우’를 기획했다.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한국의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김구림, 심문섭 등의 실험적 작가부터 하태임·우국원·김선우· 정영주 등의 인기작가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이 한창인 최우람의 작품 ‘우르바누스 수컷(Urbanus Male)’도 경매에 나왔다. 2013년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출품작으로 추정가는 6000만~1억원이다. 국내 프리뷰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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