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젊은 당뇨병’, 3년 새 40% 이상 증가…이상지질혈증 70~80% 동반

권대익 2022. 11. 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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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병이지만 최근 20, 30대 젊은이들이 이 질환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병은 고혈압, 치매, 파킨슨병, 뇌혈관 질환 등과 함께 5대 노인성 질환이다. 이들 질환이 주로 고령층에게 발생하기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65세 미만 만성 대사성 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노인성 질환 환자가 610만 명으로 2018년보다 10.5% 증가했다. 특히 2021년 20대 당뇨병 환자는 3만8,000여 명으로 2018년보다 41.5% 늘었다(건강보험관리공단). 문제는 환자가 나이가 어려 인지도가 낮으며, 심혈관계 질환 위험 요인인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최근 20, 30대에게 당뇨병 및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잘 관리하지 않는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꾸준히 치료받기 위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홍보,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젊은 당뇨병’이 많아지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년간 20, 30대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젊은 당뇨병 환자 중 70% 이상에서 비만군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2006년(50%)보다 20%포인트 높다. 문제는 체질량지수(BMI)가 30㎏/㎡((2차 고도 비만)를 넘는 20, 30대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20% 이상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최근 20, 30대에서 당뇨병이 급증한 이유는 2030세대에서 고도 비만 환자를 포함한 비만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 고칼로리 배달 음식 증가 및 운동량 감소 등 환경적 요인도 크게 기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20, 30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선별 검사 기준을 45세 이상에서 35세로 낮췄으며,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ㆍ심혈관계 질환 등 당뇨병 위험 질환이 있으면 나이와 관련 없이 당뇨병 선별 검사를 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당뇨병에 걸리면 어떤 문제가 있나.

“20, 30대 당뇨병 환자의 70~80%는 이상지질혈증도 갖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이란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낮거나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다. 즉, 20, 30대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 동반율이 높고, 혈당 수치도 높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위험 인자에 장기간 노출돼 있기에 심혈관계 질환 발생 및 사망 확률이 매우 높다.

보통 당뇨병으로 진단되기 전에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당뇨병 전(前)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뇨병 환자보다 2배 정도 많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건강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당뇨병 관련 질환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은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치료하나.

“당뇨병은 만성질환이기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에서 혈당 수치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공복 혈당(2회 이상 100㎎/dL 이상일 때)이 높거나 당화혈색소(HbA1c)가 5.7% 이상이라면 당뇨병 전 단계 또는 조기 당뇨병일 수도 있으니 당뇨병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이미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단순당을 낮춘 식사와 함께 하루 40분 이상 주 3~4회 유산소운동을 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공복 및 식후에 혈당을 자주 측정해 당뇨병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혈당 수치가 높으면 병원을 찾아 약물이나 인슐린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 당뇨병 약물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저혈당 등 당뇨병 약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약 복용을 꺼려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환자가 있다. 이는 치료 시기를 놓쳐 여러 당뇨병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충분히 협의하면 부작용 없이 여러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기에 전문의 지시를 따르고 필요하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을 치료ㆍ관리하려면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한가.

“20, 30대 당뇨병 환자 중 70% 이상이 이상지질혈증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이 질환에 걸린지도 모르는 이가 많고, 진단받아도 약물 치료를 제대로 받는 이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건강검진 결과에서 이상지질혈증을 ‘일반 질환’으로 분류해, 질환 경각심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병에 대한 낮은 인식과 관리로 인해 국내 사망 원인 2위인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지질혈증 조기 진단과 인식 개선, 치료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상지질혈증 검진 주기를 이전처럼 2년으로 바꾸고, 전문적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이상지질혈증은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 사업 등록대상에도 빠져 있으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또한, 식사ㆍ운동 요법 관련 교육이 의료기관에서만 이루어지기에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20, 30대가 접근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정확한 생활 요법 및 교육 프로그램을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 홍보할 필요가 있다.”

-젊은 나이에 당뇨병에 걸린 환자와 가족에게 조언한다면

“2030대에 당뇨병에 걸리면 절망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고혈압 같은 질환을 초기부터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오히려 향후 10~20년 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식생활을 개선하고 의료진과 함께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한다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종종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을 부정하고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미루다 보면 낮은 단계 약물로 관리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수준 높은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가족들은 젊은 당뇨병 환자가 약물 치료에 대한 부정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식생활을 바꿔야 하기에 주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따라서 환자가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지속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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