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자금조달 시장 '돈맥경화'…"10년래 최악"

방성훈 2022. 11. 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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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월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10년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 기업들이 연준이 제로에 가깝게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지난 10년 동안 10조달러가 넘는 부채를 쌓았지만,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차입 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부동산, 금융 등 저렴한 부채 비용에 의존해 성장하는 산업을 질식사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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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월가 M&A 2190억달러…전년比 43% 감소
10월 IPO 16억弗 그쳐 전년比 95%↓…"2011년 이후 최저"
美기업, 부채 이자 부담 확대…일각선 연쇄 디폴트 우려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업들이 월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10년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차입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깐깐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9~10월 미국 내 인수·합병(M&A) 규모는 2190억달러(약 308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약 43% 급감했다. 10월 기업공개(IPO)는 16억달러(약 2조 2500억원)에 그쳐 1년 전보다 95% 쪼그라들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1년 이후 최저 규모다.

같은 달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통한 자금조달 역시 영국 금융시장 혼란이 겹치면서 전년보다 97% 줄어든 13억달러(약 1조 8300억원)에 그쳤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주로 사모펀드가 투자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가을마다 월가 자금조달 시장이 활황을 띠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또 이처럼 전반적인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돈을 빌렸던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북미 기업들이 늘어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 2000억달러(약 280조 6000억원)를 마련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WSJ는 “미 기업들이 연준이 제로에 가깝게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지난 10년 동안 10조달러가 넘는 부채를 쌓았지만,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차입 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부동산, 금융 등 저렴한 부채 비용에 의존해 성장하는 산업을 질식사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향후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지속 증가하면 부채를 줄이고 자체 수입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두 진영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실 확대 및 자금난 등을 보고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자본조달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이러한 우려는 자금조달 시장을 더욱 경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캠브리지 어소시에이츠의 민간투자 글로벌 책임자인 안드레아 아우어바흐는 “지난 2년 동안 이뤄진 (고부가가치) 투자 (대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리처드 마라톤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보고서에서 “2023~2024년 기업 신용등급 강등 건수가 2000건에 달하고 200건의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크 부채 상환액은 이미 증가 추세로 연체 부채가 역대 최고치인 2008~2009년 2000억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5000억달러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처럼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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