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날 밤 기동대 투입 전과 후 이랬다…119 도착시간 24분→10분

김성진 기자 2022. 11. 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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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거리 이태원119안전센터 구급차,기동대 투입 후 도착시간 10분→2분경찰 기동대, 통제선 만들어...구급차 도착시간 '뚝'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기동대가 투입된 이후부터 119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29일 경찰 기동대는 사고 발생 후 85분이 지난 밤 11시40분 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야간 근무를 위해 거점 대기 하고 있던 기동대만 빨리 출동 지시를 내렸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머니투데이가 이태원참사 당시 '사상자 이송 현황'을 첫 기동대가 투입된 밤 11시 40분을 기준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사상자 이송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밤 10시15분 119 신고가 접수된 후 3분 뒤 서울 종로119안전센터에서 첫 구급차가 출동했다. 구급차는 밤 10시18분에 출발해 24분이 걸려 밤 10시42분에 도착했다.

당시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참가자들, 차량으로 교통정체가 극심했다. 하지만 정체 외에도 부족한 인력 때문에 경찰이 현장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했다. 상황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일부 핼러윈 참가자가 경찰을 보고 '분장한 것 아니냐'며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서 140m 떨어진 이태원 119안전센터 구급차는 도착하는 데 13분이 걸렸다.

현장에는 심폐소생술(CPR), 병원 이송이 시급한 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통행이 어렵다 보니 일부 구급대원들은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다고 전해졌다. 종로 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실신한 상태의 30대 여성을 싣고 종로구 세란병원으로 향했다. 뒤이어 도착한 구급차들도 심정지, 의식장애 환자들을 병원에 옮겼다.

지난달 29일 경찰 기동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30일 새벽 기동대 대원들이 구급차가 압사 사고 사망자들을 이송할 수 있도록 현장 통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경찰 기동대는 사고가 난 지 1시간25여분만인 밤 11시4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기동대원들은 띠를 이뤄 사고 수습 현장과 구경꾼을 구분하고 구급대가 도착할 길을 텄다.

기동대 투입 후 구급대 도착시간은 크게 줄었다. 사고 이튿날(지난달 30일) 오전 0시20분 종로119 안전센터에서 출동한 구급차는 10분만인 오전 0시30분에 도착했다. 기동대 투입 전(24분)과 비교하면 소요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기동대 투입 전 24분 걸렸던 신교 119안전센터 구급차도 이튿날 오전 2시10분에는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기동대 투입 전인 밤 11시2분에 출동해 18분 걸린 숭인 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이튿날 오전 0시40분 소요시간을 5분으로 줄였다.

병원 이송시간도 줄었다. 한 구급차는 밤 11시20분 심정지 상태 25세 여성을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25분을 소요했다. 기동대가 배치된 후 이튿날 오전 0시59분 다른 구급차가 호흡곤란이 온 23세 여성을 같은 병원으로 옮길 때는 11분이 소요됐다.

기동대는 혼잡한 상황 인파와 교통 통제가 주요 임무다. 인파 동선을 조율하고 사고가 나면 구급차를 위해 차도를 비우는 등 역할을 한다.

이런 기동대 투입이 늦은 것은 '보고 체계' 실패로 해석된다. 주말이던 참사 당일 도심 집회 통제를 위해 서울에는 기동대 70개 부대가 투입돼 있었다. 집회는 저녁 8시30분~밤 9시 사이 끝났는데 서울경찰청은 야간 거점 근무가 예정된 5개 부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65개 부대를 해산했다.

저녁 6시34분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밤 9시10분까지 비슷한 신고가 8건 접수된 상황에 가까이 투입할 수 있는 기동대들을 해산한 셈이다.

그나마 용산, 종로, 여의도, 서초, 외교시설에서 야간 거점 근무를 서며 대기하던 5개 기동대도 저녁 8시40분부터 거점 대기에 돌입했지만 밤 11시40분에야 이태원 참사현장에 투입됐다.

현장 지휘관 역할을 해야 했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밤 10시쯤 700m 거리 녹사평역에 도착했지만 교통정체에 막혀 우회하려다 55분을 허비했고 사고 1시간 후인 밤 11시쯤 이태원에 도착했다. 녹사평역과 이태원은 걸어서 10여분 거리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참사 당일 진보·보수 도심 집회 때문에 동원할 경력이 없었던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서면으로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이 부족해서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112 신고 접수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즉각적으로 조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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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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