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와 시민들은 왜 신촌역 유리난간에 달라붙어 있었을까?

강한들 기자 2022. 11. 7. 17: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덕후 채널을 운영하는 김어진씨(27). 새덕후 유튜브 갈무리

일요일이었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앞. 투명한 유리 난간에 시민 30명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야생 조류가 투명한 유리창에 충돌해 죽지 않도록, 점박이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였다. 그사이에는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새덕후’ 채널 운영자 김어진씨(27)도 있었다.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이하 모니터링팀)은 이날 신촌 기차역 유리난간 조류충돌 저감 활동을 진행했다. 30명 정원은 모집 공지를 통해 ‘새덕후’가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세 찼다. 김씨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활동을 알렸다.

유튜브에서 ‘새덕후’ 채널을 운영하는 김어진씨와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유리 난간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강한들 기자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이하 모니터링팀)이 지난 6일 30여명 시민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유리 난간 조류충돌 저감활동을 진행했다. 강한들 기자

김씨는 ‘자연 다큐멘터리’ 유튜버다. 주 콘텐츠는 채널 이름인 ‘새덕후’에 맞게 탐조 활동이다. 주요 탐조지에서 탐조 활동을 하거나, 희귀한 새를 볼 수 있는 섬에 찾아가기도 하며 “새덕후가 알려주는 탐조”를 보여준다.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수리를 보고 탐조를 시작하게 됐다”며 “요즘에는 어린 친구들도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탐조하는 것을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 이외에도 산란기 두꺼비의 이동 경로인 차도에서 구조활동을 한다거나,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등의 영상도 만들고 있다. 김씨는 “생태계가 새뿐만 아니라 모든 게 연결돼 있어서, 영상을 만들 때도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연결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활동에는 유튜버 ‘새덕후’의 공지를 보고 활동에 동참한 시민들이 많았다. 김씨가 행사 소식을 공유하자 구독자들은 새를 지키고 싶은 마음 반, 김씨를 만나고 싶은 마음 반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대학에서 산림과학을 전공하는 김민제씨(21)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새덕후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에 SNS를 통해 이런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새덕후’ 채널을 보고 탐조와 생태에 관해 관심이 더 깊어졌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새를 좋아하기 시작해 대학 진학에서도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고등학교 3학년 정지우양(18)은 이날 어머니 안선형씨(50)와 함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안씨는 “새덕후 채널은 어디로 가서 무슨 새를 봐야할지 모르는 탐조인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조류에 대해 불모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좀 더 새덕후 같은 분들이 많아져서 자연과 환경에 더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 2시간 30분 정도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부착이 끝나고 난 뒤에는 봉사활동에 참석한 구독자들과 김씨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소규모 팬 미팅도 있었다.

김씨는 “조류 충돌 방지 활동 일정을 공유하곤 하는데,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원래 하던 만큼 새를 보러 다닐 정도의 여유는 안 되지만 구독자들과 함께 탐조하거나, 조류 충돌 방지 활동을 하는 등 방식을 계속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유리난간의 조류충돌 저감활동 진행 전 모습. 강한들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유리난간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이후 모습. 강한들 기자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