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지역서 잇단 사망사고…‘제로 코로나’ 완화 고민 깊어지는 중국

이종섭 기자 2022. 11. 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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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지속되면서 봉쇄 지역에서 위급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주민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봉쇄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고 중국이 점진적으로 방역을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방역 완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홍콩 명보는 지난 4일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으로 봉쇄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의 한 주거 단지에서 55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7일 보도했다. 숨진 여성은 불안 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그가 살던 주거 단지는 감염자 발생으로 지난달 26일부터 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되기 전 딸이 이상 징후를 감지해 관련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개입이 늦어져 죽음을 막지 못한 사실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고 당시 숨진 여성의 집 문은 완전히 봉쇄된 상태였다. 후허하오터시 당국은 사고 이후 “조사 결과 주거단지 관리 담당자와 지역 관리들의 대응이 느렸고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으며 사안의 긴급성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구조적 문제를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방역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허하오터에서는 지난 6일에도 봉쇄 지역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투신해 숨졌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고 명보는 전했다. 앞서 중국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의 봉쇄 구역에서는 지난 1일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세 살짜리 아이가 병원 이송이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도 있었다. ‘제로(0) 코로나’를 내세운 극단적 방역 정책이 부른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방역 당국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편에서는 점진적인 방역 완화 신호를 보내면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끝난 이후 중국 안팎에서는 방역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곧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거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국제선 항공편에 대한 운항 중단 규정을 없앨 것이라는 등의 기대 섞인 보도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정부가 내년 3월 국경 재개방을 목표로 위원회를 꾸렸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쩡광(曾光)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최근 한 행사에서 “중국이 문을 열 조건이 축적되고 있고 제로 코로나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많은 새로운 정책이 앞으로 5~6개월 사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혀 방역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방역 정책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동태적 제로 코로나 방침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면서 전문가들을 조직해 방역 조치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개선하며 과학화·정밀화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방역 당국도 점진적 방역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정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당장의 급진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방역 완화에는 현재 중국 내에서 급격히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전날 모두 54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상하이 봉쇄 당시인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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