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명이 58.3명 진료'…무너져 가는 한국병원, 노후를 지키기 위해 짚어야 할 문제

김소현 기자 2022. 11.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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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평균 58.3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통계 분석으로 책은 시작한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할 때 느끼는 체감으로 따져 봐도 이건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저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수치는 단 8.1명으로 드라마틱하게 내려간다.

한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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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들로 가득할 것 같은 병원의 속사정과 티핑 포인트에 이른 한국 의료의 쟁점들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박한슬 지음 / 북트러거 / 184쪽 / 1만4500원)

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평균 58.3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통계 분석으로 책은 시작한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할 때 느끼는 체감으로 따져 봐도 이건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상황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지금 의료의 기이한 구조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저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수치는 단 8.1명으로 드라마틱하게 내려간다. 이는 한국인 무려 5-6배 많다는 이야기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우리는 10인승 엘리베이터에 60명을 태우고 하강하고 있는 셈으로, 단순히 무게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 값'이 5-6배나 더 가벼워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왜곡된 구조도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 기이한 평형 상태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겉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태움, 기피과, 진료보조인력, 점점 짧아지는 진료와 늘어나는 검사시간 등의 문제를 상세히 다룬다.

또한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세끼 약 포장' 방식으로 대표되는 한국 약국의 복약지도 생략, 서울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료인들의 지방 기피와 그에 따른 지방 의료의 위기 등을 살펴본다.

끝으로 오랫동안 쌓여 온 '의료계 vs 정부' 갈등이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폭발한 의사 파업 사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어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려볼 수 있는 미래 한국 의료의 시나리오와 몇 가지 실현 가능한 해법들을 무색하며 마무리한다.

독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상한 나라의 의료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극한의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말 그대로 '목숨 값'이 가벼운 사회에서 의료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후 시기가 길어진 만큼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병원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 의료의 주체로서, 초고령사회 한국 의료의 미래를 자신의 일로 사유하고 입장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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