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죽인 중국 증시, 엉뚱한 풍문이 살렸다
홍콩 증시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완화해 ‘제로(0) 코로나’를 풀 것이라는 풍문이 시장을 자극했다. 일주일 새 홍콩의 항셍지수가 9% 가까이 치솟는 등 중화권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다.
중국 당국이 ‘방역 정책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완화가 임박했다는 풍문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면서 공격적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4%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4% 뛰었다. 중국 당국이 강경한 코로나 봉쇄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다는 루머가 증권 업계에 돌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한 전직 보건 관료가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이 홍콩 및 외국과의 국경을 조만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중화권에 투자한 국내 개인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한 개미들의 총 주식 보유 금액은 약 6조원에 달한다.
◇‘희망 회로’ 돌리는 시장
중국 당국은 다음 날인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문이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전염병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고 위험하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머일 뿐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래도 시장은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열린 월요일(7일) 홍콩 증시는 중국 당국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방역 완화 기대감에 여전히 2%대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이런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홍콩 증권가에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 재개방(완화) 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복이 주도할 예정이다’는 소문이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당일 홍콩 항셍지수는 5.2% 뛰었다. 다음 날인 2일 중국 외교부가 “그런 위원회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지만, 홍콩 증시는 오히려 2.4% 더 뛰었다.
이렇게 지난주 일주일간 홍콩 증시는 총 8.7% , 상하이 증시는 5.3% 상승했다. 지난달 하순 ‘시진핑 주석 3연임’ 소식에 쪼그라들었던 중화권 증시가, 방역 완화 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하락 폭을 모두 만회했다.
◇“중국 폐쇄성 보여주는 에피소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하락장에 지친 투자자들이 일종의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한 홍콩 증시가 저평가 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투자자 사이에 형성돼 있는데, 이것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도 호재로 보이면 일단 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 부인에도 이런 소문들이 활개치는 모습은 중국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인지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당국의 의사 결정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중국에서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했다. 굵직한 정책 변화가 소문 형태로 유출되는 구조에서, 풍문에 의존하는 시장의 행태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방역 완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중국 분석 보고서에서 “‘제로 코로나’의 비용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이) 결국엔 재개방(방역 완화)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시점의 문제이지, ‘방역 완화’의 방향 자체는 맞는다는 것이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미 중화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장의 급등락에 바로 반응하기보단 천천히 코로나 정책이 풀리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당장 방역책을 변경하진 않겠지만, 크게 볼 때 내년 상반기 이후엔 어떤 형태로든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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